내일의 눈

시럽급여? 실업자는 죄인이 아니다

2023-07-19 10:57:56 게재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란 뜻으로 '시럽(syrup)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12일 국민의힘 노동개혁위원회 '실업급여제도 개선' 공청회에서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한 말이다. 그는 현재 최저임금의 80%인 실업급여(구직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면서 실직자들을 비하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고용노동부 실업급여 담당자는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남자분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오는데 여자분들, 젊은 청년들은 '이 기회에 쉬겠다'고 온다"며 "실업급여 받는 분 중에 해외여행을 가거나 샤넬 선글라스나 옷을 산다"고 말을 보탰다.

여당은 전 정부 탓을 잊지 않았다. 문재인정부 시절에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실업급여 보장성을 확대해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최저 월 실업급여는 184만7040원으로, 2022년 최저임금 노동자의 세후 월 근로소득 179만9800원보다 많아 재취업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이다.

고용보험기금도 2017년 10조3000억원에서 2022년 -3조9000억원으로 악화됐다고 강조했다.

1995년 도입된 실업급여제도는 최소한의 생활안정과 구직촉진을 통해 재취업에 나서도록 하는 사회안전망이다. 실업급여는 모든 실업자에게 지급되지 않는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기간은 통상 실업 이전 18개월(1주 2일 이하 15시간 미만 근로는 24개월) 동안 180일 이상이어야 한다. 또 계약기간 만료, 회사의 도산 또는 폐업, 중대한 귀책사유 이외의 권고사직 또는 해고 등 '비자발적 퇴사'여야 한다. 게다가 2주에 한번씩 재취업을 위한 노력을 증명해야 한다.

노동계에선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의 73.1%가 대부분 청년·고령·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로 실업급여 하한액 적용을 받고 있는 조건에서 최저임금 대비 소득대체율(실업급여 하한액)마저 낮춘다면 저임금노동자의 실업기간 생계가 더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다. 게다가 800여만명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플랫폼 노동자들은 임의가입이라 대부분 실업급여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정부는 저출산 인구위기 대응을 위한 모성보호급여(출산전후휴가 급여, 육아휴직 급여)를 정부재정이 아닌 고용보험기금에서 연 2조원씩 집행하고 있다. 정부가 고용보험기금 재정악화의 주범인 셈이다. 분명한 것은 고용보험기금은 세금이 아니라 노동자와 사업주가 부담하는 고용보험료로 조성된다는 점이다.

실업자는 '꽁돈' 받는 죄인이 아니다. 게다가 실업급여를 받는 실업자는 노동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뤄지는 비자발적 실업자, 즉 '피해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알고나 하는 소리인가.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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