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멸종위기 야생생물 '담비'와 환경부

2023-08-04 11:10:31 게재
대구의 금호강 팔현습지에서 멸종위기2급 '담비'가 발견됐다. 팔현습지 남쪽 오랜 퇴적층으로 이뤄진 절벽에서다. 담비는 절벽 위 작은 움막 지붕에서 관찰됐다.

담비는 몸을 감추고 머리만 내밀어 기자를 내려다보았다. 몸통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특유의 검은 삼각형 머리와 연갈색 몸통 일부가 담비가 분명했다. 연천 DMZ와 설악산 황철봉, 봉화 소수력발전소 하류에서 3번 담비를 관찰했던 터라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팔현습지 절벽은 최근 멸종위기2급 '수리부엉이' 부부가 2마리의 새끼들과 함께 발견된 곳이다. 이 일대 금호강에는 멸종위기 1급 '얼룩새코미꾸리'가 서식한다. 지금까지 '수달'과 '삵', '흰목물떼새' '황조롱이' '원앙' '남생이' 등 8종의 법정보호종이 발견됐다.

이제 '담비'를 포함하면 법정보호종은 9종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중요한 생태공간인 팔현습지 절벽 앞으로 교량형 보도교 겸 자전거도로 공사가 추진중이다.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시행하는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이다.

이 사업은 원래 대구시가 추진했다가 국토부를 거쳐 환경부로 넘어왔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시행하고 환경영향평가는 대구지방환경청이 한다. 전략환경평가 사업명은 '대구시 금호강 사색있는 산책로 조성사업'이다. 2022년 5월 9일 변경협의가 끝났다.

'환경영향평가 정보시스템'에 수록된 원문정보를 보면 환경영향평가 업무를 담당하는 환경부가 제출한 평가서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1차보완까지 한 '동식물 조사' 결과를 보면 "어류는 주로 잉어 붕어 누치 피라미 등의 잉어과 어류" "야행성 조류로 대표되는 부엉이류 올빼미류는 분포가 확인되지 않았다" 등이다. 일반 사업자가 이런 평가서를 냈다면 당장 '거짓부실'로 몰릴 것이다.

산책로 겸 자전거도로 교량공사 예정지는 대구 인터불고호텔 동쪽 절벽이다. 이 일대는 영천에서 대구 사이 금호강에서 인공제방과 산책로가 없는 유일한 구간이다.

그런데도 낙동강청은 사업을 밀어붙이려 한다. 현장에는 "2023년 9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시민 안전을 위해 자전거 통행을 제한한다"는 안내판까지 붙었다. 발주처는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 시공사는 T.S종합건설(주)이다.

한화진 환경장관은 3일 열린 '지류지천 전문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환경부는 일상화된 이상기후 속에서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수해 예방을 위한 준설, 지류지천 정비 등 치수대책의 대대적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천 생태계에 깃들어 살아가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삶터는 이제 누가 지킬 것인가?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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