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가계부채와 부의 불평등

2023-08-04 11:50:51 게재
유경원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코로나19 발발 이후 지난 4년여 간 우리는 큰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겪었다. 다른 경제위기와 달리 감염병위기인 만큼 대면 서비스업종과 자영업자,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피해가 집중되면서 양극화 우려가 커졌다. 감염병 경제위기 아래 가능한 정책수단이 모두 동원된 가운데 특히 금리인하를 기반으로 한 완화적인 통화금융정책과 주거서비스 수요 확대 등으로 가계부채는 다시 급증했다.

최근 코로나19 회복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대응으로 정책금리가 오르면서 부채증가세는 줄어드는 듯 했지만 금리인하 기대로 최근 다시 상승조짐을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부채급증과 부의 불평등이 악화되는 모습을 보여 우려를 키운다. 부채는 자산 그리고 부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코로나19 전후 우리 사회에 커지고 있는 부의 불평등과 부채의 관계에 대해 살펴본다.

부채 기반 대차대조표의 확장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 중 하나는 바로 주택 수요확대다. 감염병이 확산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주거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늘었다. 사회적으로는 1인가구 증가 등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주택수요가 확대됐다.

가계자산 중 주택은 다른 자산과 달리 소비재로서 주거서비스도 제공하지만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가져 전형적인 부의 축적 수단, 즉 부의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 주택마련에는 목돈이 드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는 전세제도 같은 사적금융제도를 형성해 주택을 마련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저금리로 높아진 수요를 실현할 금융여건이 만들어지면서 주택가격이 급등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주택을 가진 이'와 '가지지 못한 이' 간에 부의 격차가 확대돼 소위 '뒤처지지 않기' 위한 부동산 투자 열풍이 확대됐다. 전세가격도 함께 급등해 주택 관련 가계부채는 공식적인 영역에서나 사적 영역에서 모두 늘었다.

즉 코로나19 과정에서 나타난 주거서비스 수요 확대, 그리고 부의 사다리에 탑승하고자 하는 투자수요가 저금리 등으로 금융 접근성이 커지면서 실수요화했고 이에 따라 자산가격은 급등했다. 이처럼 부채를 기반으로 자산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가계부문의 대차대조표는 부풀려졌으며 명목적으로 가계는 그만큼 부유해진 듯 보였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부채를 기반으로 부풀려진 자산이 아니라 늘어난 자산에서 부채를 빼고 난 순자산, 즉 부의 수준과 분배일 것이다. 그동안 자산이 없었던 가계가 부채를 통해 자산을 늘리고 보유자산 가치가 상승한다면 부채를 활용한 부의 불평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림>처럼 부채가 늘었음에도 부의 격차가 오히려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청년세대 부채급증과 분배 이슈

코로나19 전후 우리 사회에 주목할 만한 현상 중 하나는 바로 2030대 청년세대의 부채급증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2018~2022)를 보면 연령대별 부채보유 가구 비율과 금융부채 보유액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청년세대가 다른 연령대를 압도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대비 2022년에 부채보유 가구의 금융부채는 전체 가계신용의 증가를 반영해 2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는 무려 67%, 30대도 40%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금융부채에 추가해 임대차 보증금상환 부담까지 포함할 경우 부채 증가세는 더 뚜렷해진다.

코로나 전후 청년세대의 부채가 급증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이들의 소득증가세가 낮은 게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2018년 대비 2021년 전체 가구소득은 10% 증가했지만 20대의 경우 오히려 -7%로 소득이 유일하게 감소한 연령대다.

더욱이 일생주기상 경제생활 진출 초입 단계인 이들 세대에게 독립을 위한 주거 마련과 미래를 위한 자산 형성이 중요한 재무목표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시기에 발생한 자산시장 과열 양상은 '뒤처짐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증후군, '벼락거지'와 '오늘이 제일 싸다' 등과 같은 프레임과 내러티브를 형성했고 이에 따라 이들의 부채가 빠르게 증가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편 가계부채가 늘어난 만큼 자산도 빠르게 증가했다. 가구당 부채가 4년 사이 20% 늘었지만, 자산보유액은 2018년 대비 2022년에 30% 증가했다. 하지만 부채증가가 높은 청년계층의 경우 자산증가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자산유형별로 증가세를 살펴보면 20대를 제외하고 대부분 연령대에서 실물자산 보유 비중이 높아졌다. 그런데 청년세대는 다른 계층에 비해 금융자산 증가가 두드러지는데 이는 이 시기 소득증가가 낮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착시현상일 뿐이다. 20대의 경우 소득이 같은 시기 오히려 줄었음에도 금융자산이 빠르게 증가한 것은 금융자산에 포함된 전월세 보증금 확대에 기인하며 이는 이들의 빠른 부채증가와 관련이 있다.

실제 가계의 부를 나타내는 것은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이다. 2018년 대비 2022년의 4년 사이 순자산 변화를 살펴보면 20대의 순자산 증가가 가장 낮았다. 20대도 코로나19 전후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부채로 자산을 늘려 대차대조표가 확대되었으나 결과적으로 순부(純富) 증가세는 낮았다. 4년 사이 전체 가구의 순부 증가율은 33%인데 반해, 30대는 28%, 20대는 16% 증가하는데 그쳤다. 순부 수준이 가장 높은 50대 계층과 청년세대의 격차는 4년 사이에 오히려 확대됐다. 이는 젊은 세대들의 부채활용을 통한 자산확대가 실제로 이들의 부를 늘리기보다는 오히려 기존 세대들의 보유 부동산가치를 올려 세대 간 부의 불평등을 보다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우려되는 청년세대 재무건전성

전반적으로 청년세대의 경우 다른 세대들에 비해 주로 임대보증금 위주로 보유자산이 늘었고, 또 부동산시장의 신규 수요자로 나서면서 부동산 가격 폭등에 일조했지만, 이들 연령대의 순자산은 느리게 늘어 그 격차가 확대된 것으로 관측된다.

더구나 이들 세대의 부채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소득이나 자산 증가속도에 비해 매우 빠르게 늘어 재무건전성 역시 다른 세대에 비해 크게 악화했다. 부채에 기반한 부풀려진 대차대조표로 인해 거시경제적 충격에 취약해졌으며 아울러 향후 이들이 짊어질 고령화의 재정부담 역시 만만치 않기에 이들의 재무 상태에 대한 우려가 크다.

코로나19 전후 청년세대는 부채 활용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매우 높아진 상태다.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근로소득 증가와 주택가격의 불안정에 기인한 바가 크다. 청년세대의 경제적 여건 개선이 향후 고령화 대응에서 핵심이므로 이를 위한 근본적 대책으로는 이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소득개선이 필요하다.

더욱이 이들 세대에게 필요한 안정적이고도 부담가능한 주거서비스의 제공 역시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대출을 통해 주거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향후 주택시장 안정을 통해 부담가능한 주거서비스 제공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또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충격에 취약한 상태이므로 이들에 대한 채무자 친화적인 채무조정제도 개선 같은 사회안전판도 적극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