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그냥 지켜봐야 하나

2023-09-20 10:51:33 게재
이효원 한성대학교 크리에이티브 인문학부 겸임교수

8월 24일부터 시작된 후쿠시마 오염수 1차 방류가 9월 11일자로 종료됐다. 도쿄전력은 내년 3월까지 총 4회에 걸쳐 오염수 3만1200톤을 방류할 계획이다. 전체 방류는 30년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본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한국 해양수산부는 오염수가 태평양을 돌아 우리 해역에 유입되기까지는 5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10년 뒤에는 평균 농도의 10만분의 1 수준에 해당하는 안전한 상태로 유입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그러나 독일 킬대학 헬름홀츠해양연구소가 내놓은 2012년 논문 '태평양으로 방류된 세슘137(핵분열 부산물)의 장기 확산 모델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방류 200여일이 지나면 제주 해역에 방사성 물질이 도달하고 300여일 뒤 동해에 퍼진다. 중국 칭화대 해양공학연구소 역시 2021년 '국립과학리뷰'에 오염수방류 후 280일이면 남해안, 400일 이후엔 한국 전체에 삼중수소가 도달할 것이라는 내용을 발표했다.

한편 바닷물 유입이 문제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 2023년 5월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우럭은 세슘 기준치 180배, 놀래미는 120배가 검출되었다. 향후에도 후쿠시마 앞바다에 가라앉은 플루토늄이 해양생태계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는 보고가 있다.

정치적 입장 따라 견해 달라지는 여당

현재 한국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나 일본이 수입금지 철폐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 수입이 재개될지 미지수다. 더군다나 중국이 일본 원산지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한 이후, 다급해진 일본이 한국을 압박한다면 오염수 방류에 찬성하는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 장담할 수 없다. 윤석열정부는 IAEA가 검증한 후쿠시마 오염수의 과학적 처리에 적극적인 신뢰를 보내며 사실상 오염수 방류에 찬성하는 입장을 취했다. 정부가 제작한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말하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이라는 영상은 오염수 방류에 따른 우려를 괴담으로 치부하며 수산물을 먹어도 국민들의 안전과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2020년 10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과학적으로 문제없다는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정부는 공식 입장을 통해 방류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는 방류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하며 여야당이 함께 오염수 방류 결정 규탄에 관한 결의안을 발의한 바 있다. 과학적 검증이나 소신이 아닌 정치적 입장에 따라 견해가 달라지는 여당이 하는 주장은 신뢰를 주기는커녕 의구심만 가중시킬 뿐이다. 반대에서 찬성으로 입장이 달라졌다면 최소한 일본이 처음 계획한 대로 철저한 프로세스를 거쳐 방류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견제하고 지적해야 한다. 이것은 일본과 가장 가까운 이웃국으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의무이자 응당가질 수 있는 권리다.

시민 목소리가 필요한 시점

국가 예산으로 영상까지 제작하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지지하는 것은 의무와 권리를 포기하는 행태와 다름없다.

앞으로 30년, 어쩌면 기한 없이 지속될지도 모르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이대로 손 놓고 지켜만 볼 것인가? 시민들의 목소리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