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안보

2023-09-22 11:29:47 게재
박노벽 전 러시아·우크라이나대사

푸틴 대통령은 지난 13일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북러협력을 논의했다. 이 회담의 핵심의제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발생한 포탄 등 무기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러시아가 북한과 무기거래와 군사기술 제공 문제로 알려졌다. 이는 우크라이나전쟁 문제를 넘어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 될 뿐만 아니라 한반도 안정을 위협하게 된다.

러시아는 러북 정상회담 시 협력 합의문에 서명한 바 없어 안보리결의를 위반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정부는 북러 정상간 협력논의만으로도 상당한 우려가 되는 만큼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러시아군이 포탄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소비에트식 전술을 고수해온 결과이다. 정밀타격보다는 대량 포격으로 상대방의 전투의지를 꺾은 후 군대를 투입하는 방식에 익숙해 있다. 러시아는 포탄의 경우 지난해 1000만발을 발사했다. 올해는 700만발 정도 사용 계획이지만 국내생산량은 200만발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크라이나군은 6월 초부터 영토회복을 위한 반격을 시작했다. 결정적인 승리가 없으면 서방의 지원이 약화될 수 있고 우크라이나는 휴전협상 압력에 직면할 수 있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다각도로 작전을 펼쳤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성과는 일주일에 평균 1km 정도 탈환하는 더딘 속도를 보여 왔다.

우크라이나군 반격이 더딘 이유

그 이유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의 권유 전술과는 다른 방식을 택했으며 서방 무기지원이 지연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측은 우크라이나가 집중적인 반격을 통해 남부지역을 가로질러 탈환하면 러시아 보급로를 분할해 러시아동부와 크림반도 사이에 쐐기를 박을 것으로 기대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집중적인 대규모 공세로 다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다각도로 분산 공격하는 방안을 택했다.

러시아군은 키이우의 반격 방향을 예견해 사거리 80km의 하이마스(Himas) 로켓시스템 사정거리 밖으로 군 지휘부를 이동시키고 새로운 요새설치와 지뢰를 뿌려 방어선을 겹겹이 쳐두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 반격의 속도가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주 동부지역에서 미세한 진전을 보였고 전술적으로 중요한 남부전선에서도 일부 러시아 진지를 공격해 첫번째 방어선을 돌파하는 전과를 올렸다.

앞으로 1개월 정도가 지나 가을비가 내리는 계절이 시작되면 전투장이 진흙탕으로 바뀌게 되고 더 이상 기동전이 어려워 진전속도가 더 늘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후 겨울 동안 전선이 교착된 소모전으로 바뀌게 된다.

이를 고려해 오스틴 미국방장관은 50여개국 우크라이나 지원 국방당국자 회의를 주최해 탄약 방공망 등 지원을 유지해 나갈 것을 독려했다. 또한 미국이 연초 약속한 에이브라함 탱크가 조만간 전달될 경우 우크라이나의 반격 성과에 크게 기여할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과 유럽은 전장터에 필요한 군수물자가 계속 충당될 수 있도록 포탄 등 방산회사들과 계약을 맺어 풀가동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보낼 155mm 포탄 생산을 2배 늘려 연 28만발 증산 후 2025년에는 100만발을 생산토록 추진 중이다. 유럽도 지난 8월 연간 65만발 생산목표를 승인해 우크라이나에 앞으로 100만발을 제공할 예정이어서 러시아에 대한 큰 압박이 될 전망이다.

그러면 전쟁 종식 계기는 언제 생길까? 현재로서는 양국간 입장차가 커서 전쟁 종식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일시 휴전이 있을 수 있지만 양측간 적대감과 영토문제로 충돌이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 G7 국가들은 7월 나토 정상회의 때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장기지원 합의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를 도입하는 것과 이행하는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며 지원결정은 나라별 국내정치적 입장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벌써 미국 정치권은 재원 지원 입법 방식을 두고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과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간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간 농산물 수출문제로 갈등도 일어나고 있다.

푸틴, 트럼프 재선 기다리며 버틸 가능성

내년 11월 대선에서 바이든이 재선되면 지원 유지나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우크라이나전쟁을 유럽내 문제로 간주하며 안보지원과 상황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 푸틴은 이런 대선결과를 기대하며 버틸 것으로 예상된다.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동북아로 긴장고조와 대결구도가 조성될 위험이 커진다.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