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한가위, 고향을 찾는 이들에게

2023-09-27 09:37:24 게재
추석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지만 고향을 향한 발걸음이 무거운 요즘이다. 경기는 좀처럼 회복조짐을 보이지 않고 내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저출산 고령화니, 양극화 심화니 들리는 것은 우울한 소식 뿐이다. 이런 민심을 달래야 할 정치는 오히려 우리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래도 추석은 추석이다. 예전에 비해 줄었다지만 여전히 고향을 찾는 이는 많다. 추석만 되면 적막감만 감돌던 시골에도 아이들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누구에게나 고향은 있다. 특히 지방에 고향이 있는 사람은 고향 근처만 가도 애틋해지는 마음을 어쩔 수 없다. 익숙한 산과 들판, 강과 바다가 있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이런 고향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추석이 지나면 고향은 다시 적막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고향을 찾는 이들에게 제안이 있다. 이번 추석 연휴는 6일로 휴가만큼이나 길다. 고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른 곳도 둘러보기를 권한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가을축제가 열리고 있다. 한때 지역축제가 조롱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혁신을 거듭해 세계 어디에 내놔도 밀리지 않는 축제들이 적지 않다. 바가지요금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현상도 지자체 노력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산적하다.

올해 우리나라 지방자치에 새로운 변화가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다. 타지에 사는 사람이 고향 재정에 매년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다.

기부한 돈은 고향을 살찌운다. 여러분의 고향이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할 수 있게 하는 종잣돈이 된다. 연말정산 때 기부액을 환급 받으면서 고향의 특산품도 받는다. 기부라기엔 오히려 이익이 크다. 고향에 가면 잠시 시간을 내 해당 지자체의 운영상황을 알아보고 고향사랑기부에 참여해보자.

고향에 가면 수많은 빈집을 볼 수 있다. 고령의 노인이 사망하면 어김없이 빈집이 되고 만다. 자식들은 굳이 돈을 들여 철거할 생각이 없다. 일부 사람들은 은퇴하면 고향에 살겠다며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방치된 빈집이 너무 많다. 웬만한 군 단위 빈집은 500채가 기본이다. 삶의 질이라는 고상한 말은 둘째치고 무너지는 빈집을 옆에 놓고 누가 살고 싶겠는가.

논과 밭도 마찬가지다. 혹시라도 땅값이 오를까 해서, 혹은 나중에 농사를 짓겠다며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논과 밭은 농사짓는 사람들이 주인이 돼야 한다. 그래야 고향을 지키며 농사짓는 사람이 산다.

빈집을 논밭을 과감하게 매각하거나 처리해야 한다. 그게 고향에 대한 예의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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