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헝다부동산 창업자 사법조사에서 읽는 중국경제의 미래

2023-10-06 11:15:52 게재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미국 어바인대(UI) 교수

부동산에 대해 일반인들은 보통 토지나 건물로 인식한다. 사실 부동산은 금융영역에 속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부동산 시행사들은 부지확보 및 사업비 때문에 금융기관에서 자금대출을 해야 하고, 시공사들도 부동산 건축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는다. 부동산 분양을 받는 가계들도 초기 계약금 이외 대부분을 대출을 받아 구매한다. 부동산은 시작부터 끝까지 은행 신탁기관들의 자금대여를 통해 이루어진다.

한마디로 부동산업은 레버리지 사업이다. 기업 가계 국가 전체가 레버리지를 떠안고 가야 되는 사업이다. 따라서 금리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부동산 시행사와 건설사 및 가계의 대출부담이 크게 달라진다. 이는 한 국가의 통화정책이 해당 국가의 부동산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침을 의미한다.

부채로 쌓아올린 헝다신화

헝다그룹은 지난달 28일 홍콩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창업자 쉬자인(許家印) 회장이 불법 범죄혐의로 당국에 강제조치를 당했다는 유관 부문의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강제조치란 구금을 말한다. 쉬자인과 그의 아들 및 관련 고위임원 모두 사법당국에 구속되어 조사를 받고 있다. 이는 2021년부터 불거졌던 헝다그룹 부도위기에 대해 중국정부가 본격 정리수순에 들어갔음을 뜻한다. 구속의 가장 직접적 원인은 배당을 통한 사적이익 챙기기와 해외자산 빼돌리기다. 그러나 미국에서 파산보호신청을 하면서 채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등의 태도로 중국당국의 신임을 잃은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된다.

헝다그룹의 총부채는 현재 2조4470억위안(약 456조4300억원)이다. 헝다는 어쩌다가 이런 천문학적인 부채를 일으켰을까? 쉽게 설명해보자!

처음에 헝다가 토지를 10위안에 샀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보증금으로 5위안만 냈고 나머지 5위안은 은행이 대출해주었다. 집을 건축하는 데 5위안이 든다고 하자. 헝다는 건설사에게 먼저 돈을 대서 건축하라고 요구한다. 그리하여 몇층이 우선 지어지면 헝다는 정부기관으로터 부동산 분양 허가증을 받아 일반인들에게 분양을 시작한다. 주택 구입자로부터 20위안을 받았다고 하자. 이때 헝다는 건설사에게 건설비를 주지 않고 오히려 토지와 분양대금을 담보로 은행에서 추가로 10위안을 대출받는다. 이 시점에서 헝다는 이미 30위안 레버리지를 일으킨 상태이다. 이중 1위안을 자기사람들에게 이익으로 분배하고 나머지 29위안으로 헝다는 다른 3개 도시에 확대 투자하고 땅 3개 부지를 추가 매입해서 앞 단의 과정을 다시 밟아간다. 헝다는 이처럼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서 총 87위안의 레버리지를 일으키게 된다. 헝다는 계속해서 87위안을 갚지 않고 같은 방법으로 다른 9개 도시에 투자를 확대해간다.

그리고 잠깐이라도 계좌에 남아있는 현금이 있으면 다른 영역의 사업, 이를 테면 자동차 생수 축구 영화 및 TV 산업 등에도 투자를 확대해갔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중국의 부동산이 호황을 타면서 다른 산업들에 대한 투자확대로 이어져, 그 기간 동안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고속으로 성장했다. 필자가 여러 매체에서 "중국의 GDP는 '시멘트GDP'"라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

헝다는 위와 같은 수법으로 중국의 거의 모든 1선, 2선, 3선 도시에서 토지를 확보해 나갔고, 건설사들은 헝다의 큰 파이만 보고 건설자금을 결제받지 못한 상태에서 계속 5위안 건축비 돈을 선불하면서 집을 지어올렸다. 이로 인해 중국 전 지역에 걸쳐 헝다부동산은 점점 규모를 키워나갔고, 점점 더 많은 헝다 집이 지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끝이 있는 셈이다. 결국 건설업자들이 더 선불할 건설자금 부족으로 헝다에 가서 건설비를 요구한다. 마침 은행들도 2018년 정부의 부동산업 대출제한 지침이 떨어지자 대출자금 상환에 나섰고 추가 대출을 막기 시작했다. 그러나 헝다는 이미 땅을 너무 많이 사버린 이후였다. 건설업자들은 이제 더는 건설비를 선지급할 의사가 없고, 헝다는 집도 팔리지가 않아 분양대금도 받지 못하게 된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헝다는 일부 건설 현장을 폐쇄하고 은행이 계속해서 돈을 빌려주기를 바랐지만 중단된 공사현장과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전체 부동산 공급망이 흔들렸다. 즉 사람들은 헝다부동산을 사지 않게 되고, 건설업자는 자기돈으로 더는 짓지 않겠다고 하고, 은행은 치솟은 부채를 보고 기존대출을 상환하라고 독촉한다.

책임지는 자세로 민심 수습하라는 것

현재 헝다는 4000억위안의 토지가 확보돼 있다고 하지만 모두 부채로 만들어낸 것이다. 분양업자, 건설노동자와 투자자 및 은행대출 등 총 2조4000억원이 넘는 부채를 일으킨 것이다. 2022년 말 기준 헝다의 계약부채는 7210억위안이다. 이는 실제 부동산 분양금을 받았지만 예정대로 교부되지 않은 부동산 주택계약을 의미한다. 한집당 100만위안으로 계산하면, 헝다는 아직 미완성 주택이 72만채가 있다.

회사는 부채폭탄이었지만 쉬자인과 그의 일가는 부도가 불거진 2021년 한해 동안 배당으로만 500억위안을 받아갔다. 법인격인 회사를 부도시키면 그만이고 쉬자인 개인과 가족의 개인자산과는 별개이다. 헝다가 무너지면 은행 신탁 등 금융기관의 부실도 급격하게 올라가기 때문에 어쩌면 대마불사의 요행을 바라면서 사업을 무한대로 확대해 갔을 수도 있다.

올 3월 헝다는 195억5000만달러(약 25조3700억원) 규모의 역외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조정안도 발표했다. 하지만 덩치가 더 큰 역내채권 문제로 쉽게 진행이 되지 않자 8월 미국에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이는 채권자들로부터 미국 내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다. 말하자면 방대한 중국 국내 부채상환에 대한 책임과 해외자산 분리를 위한 조치라고 보면 된다.

헝다 창업자 쉬자인 입장에서는 헝다를 파산하는 것이 오히려 책임에서 빠르게 벗어나는 길이다. 하지만 중국정부는 사회안정 차원에서, 또한 기타 부동산업체에 미치는 예측불가능한 나비효과 때문에 그의 파산을 저지시키고 지방별로 해결방안을 강구하도록 조치해왔다. 이는 쉬자인 등 헝다 임원들에게 개인자산 매각까지 동원해서 부도사태를 해결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끝까지 성실하게 할 것을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헝다그룹의 부채는 쉬자인 회장이 2021년에 배당받은 500억위안 정도의 자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해외 자산까지 청산한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확실히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 민심을 안정시키는 것이 당국이 바랐던 모습이었다. 헝다 창업자 쉬자인과 고위임원들에 대한 구속조치는 부동산 부도위기에 처한 기업들에 대한 중국정부의 정책방향을 시사한다.

중국 부동산 위기는 2년 전 완다그룹의 계열사 디폴트 위기에서 불붙어 지금의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같은 초대형 민간부동산기업과 국유성격을 띤 위안양(시노오션)의 달러채권 이자 상환위기까지, 그리고 급기야 금융분야로 옮겨붙을 양상을 보인다. 이는 일반인들의 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중룽개발신탁이 최근 3500억위안(약 64조2000억원) 규모 금융상품을 상환하지 못해 부도설이 불거졌던 것에서 알 수 있다.

부채 확실히 정리해야 앞으로 갈 수 있어

부동산업은 고레버리지 산업이라고 하지만 중국의 부동산 레버리지 규모는 시대를 막론하고 역대 최고다. 현재 중국의 부동산 시가총액은 2020년 기준 60조달러를 넘어서면서 GDP의 거의 4배 수준이며 미국 부동산 가치의 2배 이상이다. 앞의 헝다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60조달러 규모는 모두 빚으로 쌓아올린 것이다.

중국 부동산 위기의 해결은 가격이 실제 수요 가격으로 돌아와야 끝난다. 다시 말해 빚으로 쌓아올린 부동산가격은 무너지게 되어있다. 결국 부실기업들이 구조조정되어 자금이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들어가야 중국경제는 잃어버린 일본 30년이 아닌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미국경제의 길로 가서 성장할 수 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에서는 500여개의 은행이 파산했다. 미국처럼 부채를 확실하게 정리해야 중국경제는 앞으로 갈 수 있다.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