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이재명 수사

2023-10-13 11:08:49 게재

구속영장 기각 보름 만에 '백현동' 기소

정자동 특혜·법카 유용 의혹 등 수사 이어져

대선개입 여론조작 수사, 이 대표 향할 수도

'백현동 개발 특혜'와 '위증교사',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등의 혐의로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줄지 않은 모습이다. 검찰이 백현동 사건을 떼어내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한데다 '정자동 호텔 개발 특혜' '대장동 428억원 약정' 등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의 고삐를 죄고 있어서다. 재판과 수사를 동시에 받아야 하는 이 대표의 부담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3부(김용식 부장검사)는 전날 이 대표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줘 성남시에 손해를 끼친 혐의다.

이로써 1년 넘게 이어져온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일단락됐지만 이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대장동·위례 신도시 특혜, 성남FC 불법후원금 의혹으로 기소된 이 대표로서는 재판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됐다.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의 수사가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다.

당장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검찰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함께 적용했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보강 수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법원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대북송금 사건에 대해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 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혐의 소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검찰 안팎에선 이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돌려보내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쪼개기 후원' 의혹 등과 함께 추가 수사를 진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수원지검은 최근 이 대표 관련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전담팀 체제를 갖춘 상태다. 이정섭 2차장 검사가 팀장을 맡고 형사6부는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 관련 의혹을, 공공수사부는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배우자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전담하는 구조다. 쌍방울 그룹 각종 비리 의혹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가 맡는다.

대북송금 의혹 사건이 수원지검으로 되돌아오면 형사 6부에 배당돼 이 전 부지사 관련 의혹, '쪼개기 후원' 의혹 등과 함께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쪼개기 후원' 의혹은 지대선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김 전 회장이 1억5000만원을 타인 명의로 나눠 이 대표측에 불법 후원했다고 의심받는 내용이다.

공공수사부에서 진행하는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카 유용 의혹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와 관련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이 대표가 배우자의 법카 유용 사실을 알았을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대검찰청에 이첩한 바 있다. 수원지검은 대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는 '정자동 호텔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2015년 성남시 정자동에 호텔을 짓는 과정에서 시행사가 성남시로부터 용도변경과 대부료 감면 등 각종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받는 사건이다. 검찰은 실무진들을 상대로 조사한 데 이어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장동 '428억원 약정' 의혹 수사도 진행 중이다.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이 대표측에 개발이익 428억원을 약속했다는 의혹이다.

대장동 '50억 클럽' 멤버로 재판거래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에 대한 수사가 이 대표측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재판거래 의혹은 권 전 대법관이 2020년 7월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때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고 그 대가로 퇴임 후 화천대유로부터 거액의 고문료를 받았다는 것이 골자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이 벌이고 있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허위보도 의혹 수사도 이 대표측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지난 11일 '최재경 허위 녹취록' 의혹과 관련해 온라인 매체 대표 허 모 기자와 민주당 김병욱 의원 보좌관 최 모씨, 민주당 정책연구위원 김 모씨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김 의원을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했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에서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TF' 팀장 등을 맡았다.

수사팀 관계자는 "김 의원이 단순히 보좌관의 상관이기 때문에 영장에 이름을 넣은 것은 아니다"라며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민주당은 구속영장 기각 이후에도 이 대표를 압박하고 있는 검찰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검찰은 이 대표를 범죄자로 만들겠다는 그릇된 집착을 끝내 버리지 못한 모양"이라며 "영장 기각 보름 만에 불구속 기소를 강행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서 "검찰의 목표가 수사가 아닌 '괴롭히기' 이고, 진상규명이 아닌 '범죄자 낙인찍기'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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