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향사랑기부제 성공과 지방자치

2023-10-16 11:00:44 게재
전광섭 한국지방자치학회장, 호남대 교수

대한민국이 총체적인 위기인데 지방은 더욱 심각하다. 2022년 기준으로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13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어 대한민국이 소멸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대한 대응 중 하나로 올해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의 자발적 기부로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특산품의 답례품 제공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은 지방자치를 통해 활성화가 가능한데 지방정부의 권한과 자율은 작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주민참여이고, 주민의 정책 참여와 자율적 운영으로 지역의 자생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의 관계를 협력적으로 재구축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거시적 정책을 추진하고, 지방정부는 자율적인 생활행정을 통해 자치권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서 주민들은 삶에 미치는 지역 정책에 직접 의견을 반영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탄생한 제도가 주민참여예산제 주민조례제정청구 주민감사청구 지방옴부즈만제도 등이다.

고향사랑기부제 성공 여부도 마찬가지다. 지방정부가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줄어드는 세수 확보와 취약한 경제인프라 회복에 목적이 있다. 성공의 핵심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정책에 의견을 반영케 하는 열린 제도운영이다.

지역 주민 참여해야 제도 성공 보장

고향세를 처음 도입한 일본은 지방자치행정과 이에 기반한 활발한 주민참여로 연간 8조원이 넘는 고향세 시장을 열었다. 일본 고향세의 성공은 2012년부터 등장한 민간플랫폼의 도입, 운영과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활용이 주효했다. 기부자의 편의 증대로 제도 시행 첫해 81억엔에 불과한 모금액이 2022년 9654억엔으로 약 120배 성장할 수 있었다.

반면 우리 고향사랑기부제는 중앙의 통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방정부는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을 자율적으로 홍보하기 어렵다. 기부 역시 행정안전부가 만든 '고향사랑e음'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지정기부 모금도 불가능하다. 행정안전부가 민간 플랫폼에서 기부를 막고 있다. 이런 이유로 지방정부의 제도 운영은 경직되어 있다.

현재 국회에서 여야가 이를 개선하려고 한다. 정우택 의원은 고향사랑기부금 기부시 기부자가 사업 목적을 지정해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조정식 의원은 기부금 접수를 위한 정보시스템 운영을 다양한 주체가 할 수 있도록 하는 '고향사랑기부금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지정기부와 다양한 정보시스템을 활용한 모금은 일본의 고향세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다.

지역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을 위한 모금 시 지자체의 상황과 전략에 따라 다양한 정보시스템 활용은 고향사랑기부제 성공의 기본이다. 지방정부 스스로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이 계획되고 운영되어야 지방자치와 주민참여 확대로 연결될 수 있다. 현재와 같은 중앙정부의 상명하달식 통제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신뢰 바탕으로 대등한 협력관계가 필수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조건은 중앙과 지방이 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등한 협력관계가 필수다. 중앙과 지역의 상생을 위해 행안부는 권한을 지방정부로 위임하고 지방정부는 고향사랑기부금을 통해 자생할 수 있는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개정안의 신속한 시행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