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이어 투·개표 보안 부실 수사

2023-10-18 11:36:21 게재

검찰, 노태악 선관위원장 수사 착수

총선 6개월 앞두고 선관위 수사 확대

'선관위 길들이기' 야당 반발 커질듯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사이버 보안 관리가 부실하다는 국가정보원의 조사와 관련해 검찰이 책임자로 지목된 노태악 선관위원장에 대한 고발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채용 비리에 이어 투·개표 보안 관리 부실 의혹까지 선관위를 상대로 한 검찰 수사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채 6개월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검찰이 선관위를 상대로 수사를 진행하면서 야권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보기술범죄수사부(이춘 부장검사)는 최근 선관위원장 고발 사건을 배당받고 노 위원장 등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앞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10일 국정원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과 함께 실시한 선관위에 대한 합동 보안점검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국정원은 외부의 해커가 선관위의 '통합선거인명부시스템'에 침투해 사전 투표한 인원을 투표하지 않은 사람으로 바꾸거나 존재하지 않는 유령 유권자를 정상적인 유권자로 등록시키는 등 해킹 취약점이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 개표 결과가 저장되는 '개표 시스템'에도 해커가 침투해 개표 결과를 변경할 수 있는 등 선관위의 투·개표시스템 보안이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부정선거가 가능하려면 다수의 내부조력자가 가담해야 되고 조작한 값에 맞춰 실물 투표지를 바꿔치기 해야 하는 점 등을 들어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반박했지만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는 11일 "선관위가 기본적인 보안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며 노 위원장과 선관위 관계자들을 업무상 배임, 업무방해,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이 노 위원장 등에 대한 고발 사건 수사에 본격 착수하면서 정치권의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의 선관위 보안점검 결과를 놓고 여당에서는 '사전투표 폐지' 주장까지 나온 반면 야당은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여야는 지난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은 "선관위 전산망이 특수한 방법도 아니고 통상적인 해킹에 뚫린다는 것은 선관위에 사이버 땅굴이 무한대로 뚫렸다는 것"이라 했고, 같은당 홍석준 의원은 "전문가들 눈으로 봤을 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보안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선관위를 질타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마치 나라가 뒤집어질 것 같이 투·개표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국정원의 의도가 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선거시스템을 무력화하려는 기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국정원을 비판했다. 같은 당 박찬대 의원은 "국정원을 앞세운 선관위 길들이기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선관위 채용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지난달 22일 중앙·서울·대전·전남·충북 등 5개 선관위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채용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한 데 이어 이달 12일에는 박찬진 전 선관위 사무총장과 송봉섭 전 사무차장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수사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7년간 선관위의 경력채용을 전수조사한 결과 총 353건의 채용비리 의혹을 적발, 이중 고의성이 의심되거나 상습적으로 부실채용을 진행한 28명을 고발하고 가족 특혜나 부정 청탁 여부 등 규명이 필요한 312건을 수사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박 전 총장과 송 전 차장의 자녀들은 모두 지방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선관위 경력직 공무원으로 채용돼 '아빠 찬스'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 관계자는 "시민단체 고발과 권익위의 수사의뢰 등으로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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