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에서 송영길 뇌물사건으로 변신?

2023-10-23 11:13:17 게재

검찰, 국토교통부 인허가 로비 의혹 추궁

'먹사연' 이사장, 국토부 공무원 잇달아 조사

송측 "돈봉투 수사 안되니 별건수사" 반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송영길 전 대표의 불법 후원금 의혹 관련자들을 잇달아 소환조사하고 있다. 돈봉투 수수 의원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 비해 송 전 대표측 불법 정치 후원금 의혹 수사가 더 활발히 진행되는 모습이다.

검찰 규탄 농성 중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최근 국토교통부 간부급 공무원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A씨를 상대로 송 전 대표측 관계자로부터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 관련 인허가 청탁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이와 관련한 업무 진행 상황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폐기물 소각시설 확장과 관련한 인허가 문제를 해결해주는 대가로 박 전 회장에게서 4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의심한다. 송 전 대표가 박 전 회장측으로부터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소각처리시설 증설 및 신설 추진 사업 관련 인허가 절차에서 국토교통부를 설득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송 전 대표의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에 4000만원을 공여토록 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A씨는 2021년 2월부터 여수국가산업단지 등 국가산단 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회장이 운영하는 업체는 2020년 하반기 200억원 규모의 여수산단 소각로 증설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국토부와 전라남도의 인허가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관련 인허가는 2021년 9월 한 차례 무산된 뒤 올해 7월에서야 통과됐다.

하지만 청탁의 실현 여부와 무관하게 인허가 관련 로비가 확인되면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만큼 검찰은 사실관계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먹사연에 3억원대 불법 후원금을 지급한 의혹으로 박 전 회장을 압수수색하는 등 송 전 대표 경선캠프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은 추석 명절 연휴 전날인 지난달 27일 송 전 대표와 국토부 청탁에 관여한 인물로 지목된 민주당 국토교통수석전문위원 김 모씨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달 12일에는 김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박 전 회장측의 폐기물 소각장 증설 관련 청탁을 국토부에 전달했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송 전 대표 경선캠프 불법 후원금 조달 창구로 지목된 먹사연 관계자 등에 대해서도 잇달아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지난 13일 먹사연에 식비를 대납해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업인 송 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송씨는 식대로 자신이 200만원, 회사법인이 98만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먹사연 회원으로 직원들한테 밥을 산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20일에는 먹사연 김 모 이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이사장은 16대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을 지낸 인물로 2017년부터 먹사연 이사장을 맡아왔다. 검찰은 김 이사장을 상대로 박 전 회장과 송씨 등이 낸 후원금과 식비 명목의 자금이 먹사연에 유입된 경위와 사용처 등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송 전 대표의 불법 정치후원금 의혹 수사가 활발히 진행되는 것과 달리 검찰 수사의 발단이 됐던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에 대한 수사는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태다. 돈봉투를 살포한 것으로 지목된 윤관석 의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수수 의원 소환조사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수사팀 관계자는 "야당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수사이다보니 절차나 증거 등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10일부터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규탄 농성을 벌이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지난달 압수수색 당시 "박 전 회장이 먹사연에 얼마를 후원했다는 것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처음 알았다"며 "검찰이 지목한 소각장이 무엇인지도 모른다"고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송 전 대표측 변호인은 "돈봉투 수사가 안되니 별건 수사를 하고 있다"며 "검찰이 정치적 표적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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