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법관 평균재산, 국민평균 8.4배

2023-10-24 10:57:58 게재

경실련, 155명 분석 … 1인당 평균 38.7억

77명은 직계존비속 고지거부 … "악용 우려"

고위법관들이 보유한 재산이 일반 국민 평균 재산의 8.4배가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낙마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재산신고 누락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재산신고와 관련한 법원의 처분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 재산심사가 허술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4일 발표한 고위법관 재산분석 결과에 따르면 고위법관 155명의 1인당 재산 신고 총액은 38억7000만원에 달했다. 이는 국민 평균 재산 4억5602만원의 8.4배가 넘는 액수다.

경실련이 조사한 대통령비서실 1인당 재산신고 총액 48억3000만원보다는 적었지만 국회의원 1인당 재산신고 총액 34억8000만원, 장·차관 1인당 재산신고 총액 32억6000만원보다 많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 정기 재산공개 대상 고위법관 138명과 5월에 추가 공개된 17명을 대상으로 관보에 실린 대법원공직자윤리위원회의 2022년 재산신고 자료를 토대로 이뤄졌다. 국민 재산은 통계청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의 가구당 순자산액으로 계산했다.

재산신고 총액이 가장 많은 고위법관은 윤승은 법원도서관장으로 198억7000만원에 달했다. 다음으로 최상열 서울중앙지방법원 원로법관(181억9000만원), 문광섭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165억1000만원), 조경란 수원지법 안산지원 원로법관(162억70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재산신고 총액 상위 10명의 1인당 재산 신고액은 144억4000만원으로 모두 100억원이 넘었다.

고위법관 155명 중 절반이 넘는 81명(52.3%)은 본인이나 배우자 명의로 2주택 이상을 보유하는 등 부동산을 과다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주택자가 40명(25.8%), 비주거용 건물 보유자가 51명(32.9%), 대지 보유자는 17명(11%)이었다.

주식 재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고위법관은 이승련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38억1000만원에 달했다. 안병욱 서울회생법원 법원장(32억2000만원), 강승준 서울고법 부장판사(21억6000만원), 서경환 서울고법 부장판사(현 대법관, 19억9000만원)가 뒤를 이었다.

주식 가액이 3000만원을 초과하는 고위법관은 45명으로 29%를 차지했다. 공직자윤리법에서는 보유주식 총 가액이 3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2개월 이내 주식을 팔거나 직무관련성이 있는지 심사 받아 관련성이 인정되면 매각하거나 주식백지신탁을 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경실련 조사 결과 재산신고 후 주식 매각 및 백지신탁을 신고한 고위법관은 7명에 그쳤다.

경실련은 "현재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가 심사결과를 비공개함에 따라 언제 직무관련성 심사를 청구했는지, 어떤 주식에 대해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 받았는지 등에 대해 전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독립생계유지 등을 이유로 직계존비속의 재산고지를 거부하거나 등록제외한 고위법관은 77명으로 49.7%에 달했다. 건수로 보면 독립생계유지(112건)와 타인부양(5건)을 사유로 한 고지거부가 117건, 혼인으로 인한 등록제외 1건 등 총 118건이었다.

경실련은 "고지거부 제도가 남용되면 재산 은닉 등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법원공직자윤리위의 허술한 재산심사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경실련에 따르면 대법원공직자윤리위의 2022년 현재 재산심사 대상자는 총 4964명에 달하지만 처분 결정은 주의촉구 6명, 서면경고 3명에 불과했다. 과태료 부과나 징계의결 요구는 한 건도 없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역시 10년 넘게 처가가 운영하는 비상장 가족회사의 주식 보유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지만 대법원공직자윤리위는 이 후보자의 재산신고 누락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실련은 "대법원장 후보자의 재산신고 누락이 확인된 만큼 고위법관들의 재산심사를 다시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재산형성 소명자료와 고지거부 심사자료 등 재산심사 자료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대법원공직자윤리위의 재산심사 과정에서 고지거부 남용과 재산신고 누락 등의 문제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구본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