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지구, 온난화를 넘어 열대화로 간다

2023-10-24 11:48:45 게재
계절이 바뀌면서 제법 선선한 바람이 겨울을 예고한다. 우리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지난 여름의 산불, '불의 재난'은 잊고 화석연료를 태워 추위를 넘길 것이다. 난방기 한대를 한달 동안 켜면 약 83.3kg의 이산화탄소(CO2)가 나온다. 한사람이 한달 동안 배출하는 평균 CO2 양(22.5 kg)의 약 4배다. 일상의 모든 수단이 CO2 생산공정이나 다름없다. 80억명이 사는 지구 생태계가 온전할 수 없다.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지구가 온난화(Global warming)를 넘어 열대화(Global boiling)로 간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올해는 전세계가 폭염 폭우 산불 등 자연재해로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인명피해를 입었다. 특히 산불이 유행병처럼 번졌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의 숲이 산불과 산사태 등 재난으로 사라졌다. 마치 지구를 불구덩이로 달구는 듯한 더위도 함께 왔다.

탄소순환 생태계 붕괴, 바다가 가장 큰 위기

열대화는 온실가스 중에서도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CO2가 주범이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세계적으로 CO2 배출의 진원지를 보면 산업용이 40%로 제일 높다. 운송 20%, 가정 20%, 상업용 20%다. 한국은 산업용이 60%를 차지한다. 운송 20%, 가정 10%, 상업용 10% 순이다. 산업 분야가 높은 것은 화력발전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UN이 지구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유지하기로 선언했다. 세계 각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zero CO2)을 달성해야 한다. 전세계가 의지를 모아 협력하지 않고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자연생태계의 복원력으로는 어렵다. 현재 숲과 바다 등 자연생태계가 처리할 수 있는 CO2 용량의 한계를 넘었기 때문이다.

지구의 탄소순환 생태계가 무너졌다. 육지와 강, 바다와 대기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바다가 큰 위기다. 자연재해는 직접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경각심을 갖게 한다. 바다는 다르다. 해수온도가 급상승하고 오염물이 흘러들어도 보이지 않아 잘 모른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은 지난 7월 플로리다 남부의 수온이 38.4℃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온천수 수준이다. 바다의 숲, 해초들이 사라지고 있다.

세계 대양의 해수온도가 오르고 있다. 그 수증기가 대기 속으로 이동하면서 허리케인, 폭풍우와 폭설, 태풍을 일으킨다.

북극도 위기경보다. 빙핵(대기 중에 빙정이 형성되는 핵의 역할을 하는 입자)의 기온이 상승했다는 보고다(2023년 1월 네이처). '빙핵의 온도가 20세기 평균보다 1.5℃ 올라 1000년 이래 가장 높다'고 한다. 빙하가 녹으면 북극의 찬공기를 막아주는 제트기류가 약해진다. 찬공기가 남쪽으로 밀려오면서 혹독한 추위나 대홍수를 몰고 온다. 남쪽으로 밀려간 뜨거운 공기는 폭염과 가뭄을 동반한다.

북극 빙하가 사라지면 태양의 복사열을 반사시켜 돌려보내지 못한다. 빙해가 그 열을 흡수하면서 지구온난화가 4배 이상 빨라진다. 빙산이 녹게 된다. 이것은 다시 메탄을 분출시켜 기후변화를 일으킨다. 국제지구빙하권 기후이니셔티브(ICCI)의 '빙하권 상태 2022' 보고다. '여름 북극 해빙은 2050년이면 소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대재앙이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다.

세계 80억 인구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

기후위기의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비례해서 책임을 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지금까지 배출한 양을 포함해 누적할 것이냐 아니면 현재 배출량을 기준으로 할 것인가 문제다. 각국이 배출한 탄소량을 누적하면 미국이 20%로 1위다. 중국 11%, 러시아 7% 순이다. 한국은 1% 미만이다. 현재 배출되고 있는 탄소배출량으로는 중국이 33%로 단연 1위다. 미국 13%, 인도 7%다. 한국은 1.7% 수준이다. 하지만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인류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면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 국가와 기업 개인이 각자 할 수 있는 실천을 일상화할 때다. 나무 한그루가 한달 동안 흡수하는 CO2가 평균 0.616kg이다. 한사람이 호흡으로 배출하는 CO2(22.5kg)는 40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 각 개인이 평생 40그루 이상 나무를 심어야 자신이 호흡으로 배출한 CO2를 상쇄한다. 세계 80억 인구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 열대화를 차단할 마지막 기회다.
김명전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