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명백한 국제법 위반"

2023-10-25 10:34:44 게재

유엔 사무총장, 이스라엘 강력 비판 … 이스라엘 "테러와 살인 이해한다는 것"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을 강하게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이스라엘의 봉쇄와 공습으로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고 인도주의적 위기까지 커지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진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보여진다.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24일(화) 열린 안보리 회의에 앞서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가운데),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왼쪽)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지금처럼 중대한 시기에는 원칙을 명확하게 하는게 중요하다"면서 "근본 원칙은 민간인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인을 보호한다는 것은 결코 그들을 인간 방패로 삼는 것을 의미할 수 없다"며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피난처도 없고, 음식도 없고, 물도 없는 남쪽으로 대피하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7일 이스라엘 남부에 대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치명적인 공격이 "공백 상태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다"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56년 동안 숨 막히는 점령을 당했다"고 덧붙였다. 이팔 전쟁이 역사적 배경과 맥락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구테흐스 총장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슬픔이 하마스의 끔찍한 공격을 정당화 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 공격으로 인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집단으로 처벌받아서도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2주간 유엔 직원 35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스라엘의 끊임없는 가자지구 포격으로 민간인 사망자와 거주지 파괴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제한 없는 구호물품 반입을 호소했다.

실제로 팔레스타인 관리들은 지난 24시간 동안 가자지구에서 700명이 추가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팔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일일 사망자 숫자 중 가장 높은 수치로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은 가자지구에서만 최소 579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어제 가자지구 공격에서 우리는 적군이 하루 만에 가한 것 중 가장 가혹한 타격을 입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스라엘은 구테흐스 총장 발언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했다.

길라드 에르단 유엔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소셜미디어에 "그의 발언은 테러주의와 살인을 이해한다는 표현이다. 홀로코스트 이후에 탄생한 조직의 수장이 그런 끔찍한 견해를 갖고 있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라며 사임을 촉구했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도 안보리 회의에서 민간인 희생을 소개하며 "사무총장은 대체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으신가?"라고 비판했다.

미국 백악관도 이스라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구테흐스 총장의 발언에 대해 "지금 비난을 받아야 하는 쪽은 하마스"라며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일시적 정전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는 휴전이 하마스에게만 이익이 될 것이기 때문에 휴전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가자지구에서 몰아내려고 시도함에 따라 민간인 사상자는 거의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커비 조정관은 "추악하고 지저분할 것이며 앞으로 무고한 민간인들이 다칠 것"이라며 "미국은 이스라엘과 어떤 한계선도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이란의 역할과 동향에 대해서는 "넓은 의미에서 이란의 공모 역할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이란이 없으면 하마스와 헤즈볼라(레바논의 반 이스라엘 무장단체)도 없고, 이라크 등의 미군들을 공격하는 민병대 단체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하마스가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비난하면서도 민간인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가자지구의 목표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을 '인도주의적 일시 중지'할 것을 촉구해 커비 조정관과 온도차를 보였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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