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구호기구 "연료 안오면 내일 가자서 활동 중단"

2023-10-25 10:34:44 게재

"병원, 담수공급 불가능"

국제기구 "긴급지원" 호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에 따른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비참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인도주의적 휴전이 시급하다는 유엔 등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가자지구 내 심각한 연료 부족을 이유로 활동 중단을 예고했다.

UNRWA는 2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만약 긴급하게 연료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내일 밤 가자지구에서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UNRWA가 활동을 중단할 경우 최근 이집트를 통해 가자지구에 전달되는 소규모의 구호품 지원도 어렵게 될 전망이다.

앞서 UNRWA의 타마라 일리파이 대변인은 최근 로이터 통신에 "연료가 없으면 트럭 자체를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연료가 아주 긴급하게 필요하다"며 "연료가 없으면 병원과 빵집, 담수화 공장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인구 220만명의 가자지구는 연료부족으로 하나뿐인 발전소가 가동을 멈춘지 2주가 지나 주민들에게 깨끗한 물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

구호단체들도 환자와 신생아들이 입원한 병원들 역시 비상발전기를 돌려 겨우 버티는 상황이라고 호소해 왔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군사 작전용으로 이용될 수 있는 연료 반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성명을 통해 "하마스가 연료를 작전에 사용하기 때문에 가자지구로 연료 반입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스라엘이 봉쇄하고 있는 가자지구에는 지난 21일부터 이집트와의 국경인 라파검문소를 통해 물과 식량, 의약품 등 구호 물품이 반입됐지만 하마스의 전쟁 물자로 전용될 수 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에 연료는 제외됐다.

UNRWA를 비롯한 유엔 산하 국제기구들은 식량과 의약품, 연료 등 가자지구에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인도적 지원을 제한 없이 허용해야 한다고 간절하게 호소하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제러미 로런스 대변인은 이날 "지난 주말 이집트를 통해 가자지구에 반입된 구호물자는 바다에 물방울 하나 떨어뜨린 것에 불과하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의 브라이언 랜더 비상대응국 부국장은 가자지구 주민을 도우려면 현재의 20배 이상의 구호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랜더 부국장은 "가자지구 주민들을 지원하려면 하루에 약 트럭 465대분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그런데 현재는 하루에 기껏해야 트럭 20대가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자지구 남쪽의 주요 병원 세 곳에 의약품과 의료 물품이 전달됐지만 북쪽에는 여전히 의약품과 의료 물품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처드 브레넌 WHO 동지중해 긴급지원국장은 "우리는 여전히 북쪽의 병원에 의료품이나 절실히 필요한 연료를 전달할 수 없었다"며 이에 따라 가자지구 병원의 3분의 1, 진료소의 3분의 2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브레넌 국장은 "우리는 무릎을 꿇고 인도주의적 활동을 지속하고, 규모를 확대하고, 활동을 보호해 달라고 요청한다"며 "모든 사람이 이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거나 의사결정권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이 인류적 재앙을 해결할 인도주의적 공간을 제공할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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