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연기설 부인

2023-10-26 10:53:44 게재

네타냐후 "지상전 준비 중, 무기 들어야" … 바이든 "연기요구 안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가운데 흘러나왔던 미국의 지상전 연기 요청설에 대해 미국과 이스라엘 양측이 모두 부인했다. 이스라엘은 지상전을 준비중이라고 거듭 확인했고, 미국은 지상전 연기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5일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지역의 건물 잔해에서 부상당한 소녀를 구해낸 팔레스타인 남성이 소녀를 급히 옮기고 있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가자지구 공격 이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보복작전을 벌이면서 팔레스타인인 5500여 명과 이스라엘인 1400여명이 사망했다. EPA=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5일(현지시간) "우리는 지상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과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하레츠 등이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TV 연설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전망과 관련 "구체적인 사항은 말할 수 없지만, 시점은 전시내각의 만장일치 합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가자지구의 민간인은 남부로 이동하라"고 거듭 경고했다. 이 발언은 이날 이스라엘이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상 공격을 미루기로 결정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직후 나온 것으로 지상전 연기를 공식 부인한 셈이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소탕하겠다며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민간인 인명피해가 커질 것이라며 이를 만류하고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땅 위에 있든, 지하에 있든, 가자지구 안이든 밖이든, 모든 하마스 대원은 이미 죽은 목숨"이라며 "이스라엘은 테러리스트 수천명을 사살했으며,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이스라엘 시민들이 무기를 들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는 이 살인자들, 만행의 가해자들, '다에시'(이슬람국가·IS) 하마스로부터 대가를 받아낼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10월 7일은 우리 역사에 어두운 날이었다"며 "남부 국경과 가자지구에서 일어난 일을 끝까지 파헤칠 것이며, 이 참사를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모든 이가 이 참사에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전쟁이 끝난 뒤에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총리로서 국가의 미래를 지켜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지금 당장 적들을 분쇄하고 이스라엘 국가와 국민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 나의 책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다면서 이스라엘의 대응 권리를 거듭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앤서니 앨버리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하마스의 잔인한 파괴 행위 이후 이스라엘 국민이 느끼는 분노를 완전하게 이해 가능하다"면서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자국민 학살에 대응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마스는 민간인 뒤에 숨어 있으며 이는 비열하고 비겁한 행동"이라며 "이는 하마스를 쫓는 이스라엘에 추가적인 부담이 되지만 그렇다고 이스라엘이 전쟁법을 준수해 작전을 수행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관련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파트너들과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고,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에 대해서는 "미국인을 포함해 인질들의 석방을 위해 파트너들과 24시간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질 석방을 위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지상전 연기를 요구했느냐는 질문에 "아니오(No)"라고 답한 뒤 "사람들을 안전하게 구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것이 그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문제는 그들을 구출할 방법이 있느냐 없느냐인데 구출할 수 있다면 구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팔레스타인의 인명 피해 발표와 관련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에 대해 팔레스타인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나는 팔레스타인이 쓰는 (인명피해) 수치에 대해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전쟁법 준수와 민간인 피해 최소화 필요성을 강조한 바이든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충돌 이후 해법으로 이른바 '두 국가 해법'을 거듭 제시했다. 이는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해 이스라엘과 공존하도록 하는 방안을 말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위기가 끝나면 그다음 단계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그것은 두 국가 해법이며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역내 파트너 등 모든 당사자가 평화로 향한 길로 가기 위해 집중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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