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무총장 "전세계가 인도적 재앙 목격"

2023-10-30 10:35:22 게재

이틀전 유엔총회결의 따른 인도주의적 휴전 재촉구

안보리 30일 회의 소집

유럽과 미국, 중동, 아시아 등 세계 주요 도시 곳곳에서 수십만명의 시위대가 모여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과 조건 없는 인질 석방을 다시 촉구했다.

유엔 회원국들이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긴급 총회를 열어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채택한지 이틀 만이다.

네팔을 방문 중인 구테흐스 총장은 29일(현지시간) 푸슈파 카말 다할 네팔 총리와의 공동 회견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가자지구의 상황이 더욱 절박해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먼저 하마스를 향해 "끔찍한 공격에 대해 다시 한번 강력히 규탄한다. 민간인을 살해하고 다치게 하고 납치한 행위는 무엇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인질 석방을 요구했다.

이와 동시에 그는 이스라엘을 향해서도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는 인도주의적 휴전 대신 군사작전을 강화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인 사상자 숫자는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한 뒤 "모든 당사자는 국제인도법에 따른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또 "전 세계는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인도주의적 재앙을 목격하고 있다"며 "안전하게 피할 데가 없는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생존에 필요한 식량과 물, 피난처, 의료서비스의 접근이 차단된 채 끊임없는 폭격에 노출돼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 사태에 책임 있는 모든 주체가 벼랑 끝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유엔 회원국들은 27일 긴급 총회를 열고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을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요르단이 주도한 이 결의안은 '민간인의 안전을 보장하고, 조건 없이 석방해야 한다'는 표현이 들어갔다. 표결에서 120국이 찬성표를 던졌고, 미국 등 14개국은 하마스의 테러 행위를 규탄하는 내용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반대표를 행사했다. 한국 등 45개국은 기권했다.

이날 하마스의 테러 행위를 규탄하는 내용을 추가한 캐나다의 수정안도 표결에 부쳐졌지만, 찬성 88표·반대 55표·기권 23표로 찬성 3분의 2 요건에 미달해 부결됐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과 함께 캐나다수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30일 오후(미 동부시간) 긴급회의를 열어 팔레스타인 문제를 포함한 중동 상황을 다시 논의한다.

이날 회의에선 가자지구 유엔 구호품 창고에 가자지구 주민들이 몰려들어 마구잡이로 구호품을 가져간 사태에 대한 유엔 측 보고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이날 성명을 내고 "수천명의 가자지구 주민들이 구호품 창고와 물품 배분 센터에 난입해 밀가루를 포함해 생존에 필요한 물품들을 가져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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