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아들도 공범" … 곽상도 1심 무죄 바뀔까

2023-11-01 11:13:13 게재

곽상도 부자 불기속 기소

곽 "증거 없이 죄명 추가"

검찰이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추가로 재판에 넘겼다. 뇌물과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곽 전 의원을 상대로 보완수사를 벌여온 검찰이 주요 혐의를 보강해 추가 기소함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지 주목된다.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곽상도 국민의힘 전 의원이 지난달 25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1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전날 곽 전 의원과 아들 병채씨, 대장동 민간업자 김만배씨 등 3명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1심 법원이 곽 전 의원의 주요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지 8개월여 만이다.

병채씨에게는 곽 전 의원과 공모해 2021년 4월경 김씨로부터 국회의원 직무와 관련해 약 25억원(세전 50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이 돈이 김씨로부터 하나은행의 컨소시엄 이탈을 막아달라는 청탁 대가로 곽 전 의원이 받은 것으로 화천대유 직원이던 병채씨의 성과급으로 가장·은닉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또 곽 전 의원과 김씨가 공모해 2016년 4월경 민간업자 남 욱씨로부터 형사사건 항소심 담당검사에게 공소장 변경 청탁 등을 알선한 대가로 1억원을 수수한 혐의도 적용했다. 곽 전 의원이 1심에서 유죄를 받은 5000만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더해 추가로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더한 것이다.

검찰은 아울러 김씨가 2016년 11월 곽 전 의원 후원금으로 화천대유 직원 박 모씨를 통해 300만원을 기부하고 2017년 8월 남 욱과 정영학씨에게 각각 500만원을 기부하도록 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새롭게 확인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공개한 공소사실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병채씨를 공모관계로 판단해 뇌물 혐의를 적용하고 곽 전 의원 부자와 김씨에게 범죄수익은닉죄를 추가한 것이다.

당초 검찰은 병채씨가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을 받은 것에 대해 곽 전 의원만 뇌물 혐의로 기소했는데 1심 법원은 병채씨가 곽 전 의원으로부터 독립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공동체'로 볼 수 없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곽병채를 알선수재 및 뇌물수수의 공범으로 볼 수 없는 이 사건에서 곽병채가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받았다거나 사회통념상 곽상도가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관계라고 증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병채씨에게도 뇌물 혐의를 적용하고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곽 전 의원과 함께 기소함으로써 공범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또 1심 법원이 기각한 '하나은행 이탈 위기' 정황을 보강하는 데에도 공을 들였다. 검찰은 2015년 대장동 일당의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하나은행이 경쟁관계에 있던 호반건설의 회유와 압박으로 이탈하려고하자 김씨가 곽 전 의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부탁해 하나은행의 이탈을 막았다고 본다. 병채씨에게 전달된 50억원은 그 대가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하나은행의 컨소시엄 이탈 위기가 존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의 이탈을 막아준 대가로 병채씨를 통해 50억원을 받았다는 검찰 주장의 전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이에 검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으로부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만나 하나은행을 끌어오려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인 조우형씨로부터 "김만배씨가 '하나은행이 컨소시엄을 나가려고 해서 미쳐버리겠다. 곽상도한테 얘기해서 잘 풀어봐야겠다'고 말했다"는 진술과 관련 물증도 확보했다고 한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컨소시엄 와해 위기 여부 뿐 아니라 하나은행에 대한 곽 전 의원의 영향력 행사 여부 등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한 바 있어 검찰이 추가한 새 증거들로 기존 판단을 뒤집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검찰은 새로 확인된 혐의사실을 바탕으로 항소심 재판부에 곽 전 의원의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는 한편 범죄수익은닉 혐의에 대해선 별도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항소심 공판과 함께 새로 기소한 사건에 대해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곽 전 의원은 "법원이 증거가 없다고 해서 무죄 판결을 내렸는데 검찰이 증거는 제시하지 않고 죄명만 추가했다"며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데 범죄수익은닉죄를 더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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