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매도 규제 강화 … 미 '규제 효과' 첫 입증

2023-11-01 11:03:27 게재

금융위, 제도 개선 추진 … 금감원, 특별조사단 출범

"공매도 규제 대상 기업, 높은 주가수익률 지속 유지"

공매도 금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전면적인 제도 개선에 나선 가운데 미국에서는 공매도 규제의 효과를 처음으로 입증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공매도 금지를 촉구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여당에서도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한 후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8월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연 불법 공매도 조사 촉구 집회. 정의정 대표(오른쪽 첫번째)가 공매도 제도 개혁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1일 금융감독원 뉴욕사무소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연구실(OFR)이 지난달 미국의 공매도 규제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한 후 해당 종목의 주가하락시 매수해 빌린 주식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시세 차익을 얻는 투자 전략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기관투자자들의 공매도로 주가 하락폭이 커진다며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OFR 보고서에 따르면 공매도 규제 적용대상인 주식과 그렇지 않은 주식을 비교한 결과, 공매도 규제 대상인 주식의 일평균수익률이 0.3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높은 수익률은 공매도 규제가 없어진 다음에도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규제효과가 일시적이 아님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금까지 공매도는 적정 시장가격 발견 등 긍정적 기능이 존재한다고 알려진 반면 공매도 규제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는 명확히 입증된 사례가 없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번 연구에서 OFR은 단기적인 공매도 규제는 해당 기업의 주가수익률을 제고시키고 변동성을 완화시키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발표했다.

공매도 규제로 인해 전체 공매도 규모는 약 8% 감소했으며 해당 종목의 변동성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공매도 규제가 주가 움직임을 안정시키는 기능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또 매수-매도간 스프레드는 축소되는 반면 최고 매수호가 물량을 증가시키는 효과도 발생했다.

OFR은 이번 연구로 공매도의 부정적 영향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그 영향을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주가가 하락하는 주식에 대해 공매도가 초래하는 가격하락 압박은 가장 위험한 것으로 부정적 피드백과 투매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대공황을 겪은 후 공매도 주문시 호가 가격을 직전 체결가격 이상으로 제한하는 '업틱룰' 규제를 장기간 운용했다. 하지만 해당 규제가 공매도의 순기능을 제약한다는 비판이 일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업틱룰 규제의 효과성 검증을 벌였다. 검증 결과 업틱룰이 공매도 주문을 왜곡시키고 시장품질을 저해시킨다고 판단, 2007년 6월 모든 거래소에서 업틱룰 규제를 폐지했다. 하지만 다음해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의 공매도 규제 요청이 거세짐에 따라 SEC는 규제 재개를 검토했다. SEC는 2011년 2월 업틱룰 제도를 변형한 '수정 업틱룰'을 만들어 시행했다. 수정 업틱룰은 주가의 하락을 막기 위해 공매도 가격을 직전 체결가격 이상으로 제한하는 것은 기존 업틱룰과 동일하지만, 해당 종목 주가가 10% 이상 하락할때에만 작동하도록 하고 그 기간도 다음 거래일까지만 적용했다.

하지만 SEC는 최근 '게임스톱 사태'를 겪으면서 현재 운용되는 공매도 관련 규제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평가에 따라 공매도 포지션 및 거래 관련 보고 및 정보공개를 강화하는 규제안을 지난달 최종 확정해 발표했다. 새로운 규정은 기관투자운용사에게 공매도 잔고가 일정규모 이상일 때 그 포지션과 변동을 매월·매일 보고토록 의무화했다. 또 SEC는 매월 마지막 거래일에 개별 지분증권별로 보고 기관수 및 총공매도 포지션 등을, 매일 거래일별로 공매도 포지션 순변동 총현황 등을 대외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공매도 규제 강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국정감사에서 공매도와 관련해 "그동안 조금 제도개선을 했지만 다시 원점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투명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모든 제도개선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한시적 공매도 금지 요구에 이같이 답한 것이다. 금융위는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공매도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오는 6일부터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 등에 대한 불법공매도 전수조사에 착수한다. 그동안 '종목' 중심 조사를 벌였던 것에서 벗어나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조사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특정기간의 공매도 거래를 모두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또 금감원은 글로벌 IB에 대한 불법공매도 조사 과정에서 공매도 거래의 실질 투자주체인 최종 투자자의 공매도 악용 개연성에 대해서도 면밀히 점검하기로 했다. 악재성 정보공개 전 대량 공매도와 개인투자자 등을 통해 제기된 주가 하락 목적의 시세조종성 공매도 혐의 등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금감원은 "현재 조사 중인 외국사를 포함해 순차적으로 조사에 착수하겠다"며 "해외 감독당국(홍콩 SFC, 싱가포르 MAS 등)과 협업해 국제 공조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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