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한 마디에 사정기관 총출동

2023-11-02 11:13:25 게재

"전세사기 끝까지 추적" 당부에 합동브리핑 "기한 없이 단속"

김만배-신학림 '대선공작 사건' 규정하자 특별수사팀 구성

"카카오 제재" 금감원 검찰 공정위 국민연금 일제히 나서

정부가 확산되고 있는 전세사기와 관련해 "엄정한 단속을 기한 없이 지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세사기 발본색원 및 충실한 피해 회복 지속 추진' 합동 브리핑에서다. 이 자리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 관계부처 수장들이 자리했다.

한 장관은 "그간의 범정부적인 노력에도 최근 수원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사건으로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등 국민들의 염려와 불안은 여전한 상황"이라며 "전세사기 범죄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세 사기 '발본색원" 브리핑 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 두 번째)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세 사기 발본색원 및 충실한 피해 회복 지속 추진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윤 청장은 "전세사기범을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처단한다는 각오로 강력 대응해왔다"면서 "범정부적인 역량을 결집해 엄정한 단속을 기한 없이 지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해 올해 연말 종료되는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 기간을 연장해 '무기한 단속'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원 장관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비상한 각오로 노력을 이어가겠다"며 "피해자와 지속 소통하며 필요한 정책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브리핑은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 온 전세사기 단속과 피해자 지원대책 현황을 설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절박한 상황에 놓인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등을 위한 새로운 대책이 없다보니 실망스런 반응이 나왔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논평을 내고 "발표된 내용을 보면 이미 진행 중인 수사·재판 상황을 정리하거나 이미 시행 중인 지원대책 현황을 종합한 것에 불과해 '속 빈 강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초 주간 일정에 없었던 이날 브리핑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전세사기 엄단을 촉구한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전세사기와 관련해 "피해자 다수가 사회 초년생인 청년들로 미래세대를 약탈하는 악질적인 범죄"라며 "검찰과 경찰은 전세 사기범과 그 공범들을 지구 끝까지라도 추적해 반드시 처단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한 마디에 관계부처와 사정기관이 총출동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6월 윤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사교육 이권 카르텔 단속을 주문한 이후 정부는 교육부,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교육청 등이 참여하는 사교육대응협의회를 구성해 사교육 카르텔 비리 등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감사원은 지난 8월부터 사교육 카르텔 감사에 나섰고, 국세청은 학원가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30여곳 학원을 대상으로 200억원을 추징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의 '대장동 허위 인터뷰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이 "희대의 대선공작 사건"이라 규정하자 이틀 만인 지난 9월 7일 10여명의 검사를 투입해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 여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검찰은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보도한 뉴스타파와 대장동 민간업자 남욱씨의 검찰 진술조서 등을 근거로 윤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보도한 JTBC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인터넷 매체인 리포액트, 경향신문, 뉴스버스 등으로 수사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북 카페에서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열린 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사정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는 카카오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회의에 참석한 한 택시기사가 "카카오택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너무 심하다"고 지적하자 윤 대통령은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며 "부도덕한 행태에 대해서는 반드시 정부가 제재를 해야 한다"며 조치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앞서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추진하면서 시세를 조종한 한 혐의로 카카오에 대한 수사를 벌여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 구속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를 비롯한 임원 3명을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특사경은 시세조종에 관여한 혐의로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윤 대통령이 지목한 카카오택시 운영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분식회계 의혹 등으로 금감원의 감리를 받는 중이다. 매출 부풀리기 등이 확인될 경우 검찰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차단'행위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판단해 과징금을 물리고 검찰의 고발해야 한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카카오모빌리티에 보냈다.

국민연금은 1일 카카오와 카카오페이 보유 지분 변동 사항을 공시하면서 투자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변경해 경영활동 감시 등 대주주로서의 역할 강화를 예고했다.

한편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택시 수수료 체계 전면 개편을 위해 택시기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긴급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다"며 전면적인 수수료 체계개편 방침을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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