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생각이 다른 이에게도 동일한 지원을

2023-11-03 11:15:04 게재
얼마 전, 새로 취임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기자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어울려 이용할 수 있는 '모두예술극장' 라운지에서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연극인 출신에 한차례 문체부장관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예술 분야 각 현안에 대해 나름의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이 강점으로 보였습니다. 세부적인 내용을 대체로 알고 있어 본인 생각을 더해 시원시원하게 답을 했고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내용이나 더 파악해야 할 내용은 솔직하게 설명을 했습니다.

문화예술 분야 단년도 지원의 문제점이나 지원 정책에 있어서는 본인의 생각이 뚜렷하게 서 있는 것도 장점으로 보였습니다. 가능성이 있는 작품을 선별해 예산뿐 아니라 홍보마케팅 등 사후 작업에 이르기까지 확실하게 지원을 하고 다년도 지원을 통해 특정 작품을 레퍼토리화해서 이끌고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지원 사업에 대해서는 '책임심의제'를 도입하겠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문화예술전문기관들이 심사위원단을 구성해 심사를 하고 있지만 이들은 현장에서 활동을 하는 이들이기에 심사의 책임성에 한계가 있고 기관 직원들은 자신이 심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심사에 책임을 지지 않아 문제라는 지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기관 직원들이 책임을 지고 심사를 하고 결과까지 책임을 지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과거 있었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가 지원 사업 심사에서 불거진 만큼 심사에 책임성을 높여 그와 같은 사태를 방지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유 장관은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를 중심으로 집필한 '블랙리스트 백서'에 대해서는 "신뢰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된 인사들을 모두 만나 의견을 듣겠다고 했습니다.

유 장관은 간담회에서 "선별을 한다고 하면 '좌파니, 우파니'하고 '저희 편만 선별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현장에 대한 얘기"라며 현장을 강조했습니다.

유 장관 임명 이전 문화예술인들은 유 장관 임명에 대해 우려하기도 했고 이같은 우려는 임명이 되자마자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되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유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보여준 모습대로 어느 편에 서서 정책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현장'만을 바라보고 정책을 펼쳐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간담회가 열린 '모두예술극장'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인 것처럼 문화예술정책도 생각이 다른 이들 모두에게 동일한 지원과 혜택을 주기를 바랍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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