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하마스에게 인질석방 약속 받아내"

2023-11-03 10:40:57 게재

하원의장 파견 협상팀

이란에서 하마스 접촉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 발발전 자국민 노동자 3만여명이 거주해 사망, 억류 등 인명피해가 컸던 태국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직접 접촉해 자국민 인질의 안전한 석방을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2일 타이PBS와 네이션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완 노르 마타 태국 하원의장이 구성한 협상팀의 아리펜 우타라신 고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26일 이란에서 하마스 대표들과 만났다"며 협상이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억류 중인 태국인들이 안전하게 잘 있다고 하마스가 알려왔다고 전했다. 이어 하마스는 적절한 석방 시점을 기다리고 있으나 당장은 이스라엘의 공격 탓에 석방 날짜를 정할 수 없다고 했다고 아리펜 고문은 설명했다.

그는 하마스 지도자들은 태국의 모든 무슬림들이 인질들의 석방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태국이 분쟁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도 인정했다고 전했다.

아리펜 고문은 "하마스 대표들의 말이 사실이라고 믿는다"며 "그들의 말과 표현을 볼 때 태국인들이 안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협상팀 일원인 묵 술라이만 하원의장 비서는 "하마스는 꼭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우리를 만나러 왔다"며 "태국인 인질이 안전하고 곧 석방될 것이라는 약속을 믿는다"고 말했다.

협상팀은 하마스가 협상팀을 인질들이 있는 가자 지구로 초대했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가지 못했다고도 소개했다.

이스라엘에는 태국 노동자 약 3만명이 거주했으며,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이후 이 중 약 8000명이 귀국했다. 이번 전쟁으로 현지에서 사망한 태국인은 32명이다. 태국 정부는 특히 인질로 억류돼 있는 자국민 19명의 석방을 위해 전방위로 노력해왔다.

1일 방콕포스트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빤쁘리 파힛타누껀 외교장관은 전날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카타르와 이집트를 방문해 각국 정부 등과 인질 석방 문제를 논의 중이다.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타니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은 전날 빤쁘리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상황이 복잡하지만 태국인을 포함한 인질의 석방을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마스의 유일한 대외 협상 창구로 알려진 카타르는 인질 석방을 중재해왔다.

태국 시아파 무슬림협회 대표인 사이이드 술라이만 후사이니는 태국 대표단이 지난달 30일 이란에서 하마스 측과 태국인 인질 석방을 논의했다고 소셜미디어(SNS)에 밝혔다.

완 노르 마나 하원의장은 몇몇 이슬람 국가에 인맥이 있는 인물로, 정부와 무슬림협회의 외교적 노력과 별개로 이란에 협상팀을 파견해 인질 석방에 힘을 기울여 하마스와의 접촉에 성공했다.

무슬림 소수민족인 말레이족 출신으로는 태국에서 처음 하원의장이 된 그는 이슬람 국가 지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하마스와의 이번 협상도 이란이 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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