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국제사회 휴전 촉구 외면

2023-11-06 10:33:45 게재

튀르키예·이집트·요르단 외무장관 휴전 논의 … 세계 곳곳 이스라엘 규탄 시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소탕을 명분으로 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민간인 대량 학살로 이어지면서 국제사회의 휴전 촉구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이스라엘이 끝내 거부하고 있다. 휴전에 대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도주의적 교전 중지라는 절충안마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가자지구 위기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무력 충돌을 멈추는 것만이 해법이라는 세계 각국의 주문이 잇따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4일 미국 워싱턴DC, 뉴욕, 내슈빌, 신시내티, 라스베이거스, 샌프란시스코 등 각지에서 시위대가 가자지구 휴전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은 4일 미국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워싱턴 프리덤 플라자에서 수천명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집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이집트·요르단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가자지구 상황을 논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피단 장관은 "가자지구 내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을 중단하고 긴급 휴전을 하는 방안을 놓고 두 나라 장관들과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사메 쇼크리 이집트 외무장관과는 방해받지 않는 인도적 지원 제공 방안을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피단 장관은 6일 수도 앙카라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만나 가자지구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프랑스와 카타르도 교전 중단 필요성에 공감했다.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은 이날 요르단 암만에서 셰이크 모하메드 빔 압둘라흐만 알타니 카타르 총리를 만난 뒤 "현재 인도주의적 휴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콜로나 장관은 전면 봉쇄된 채 구호품에 의존하고 있는 가자지구에서 사망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즉각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상황을 지켜볼 수 있는 휴전을 하고 이를 통해 정전까지 갈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카타르 외무부 마제드 알 안사리 대변인은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는 인질들을 석방하기 위한 노력에는 평화의 기간이 필요하다"면서 휴전 내지 교전 중단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인질 석방 없이는 휴전도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 남부 라몬 공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인질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휴전은 없을 것"이라며 "이것(휴전)은 어휘집에서 완전히 삭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우방과 적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들을 물리칠 때까지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계속할 것이며 우리에게는 대안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지난 1일부터 시작됐던 외국인 및 부상자 대피마저 전날 중단됐다. 이집트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카타르의 중재로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라파 국경 통행로를 열어 가자지구 내 외국인과 중상 환자의 이동을 허용했지만 나흘째인 전날 돌연 대피가 중단됐다.

가자지구 사망자는 전날 기준으로 9448명에 이르고 이스라엘의 봉쇄 조치 속에 구호품에 의존하는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은 좀처럼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가자지구 상황이 나빠지면서 지난 주말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는 휴전을 촉구하고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4일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모여 가자지구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폭력의 순환을 멈춰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공모하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 중 상당수는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팔레스타인은 살 것이다, 팔레스타인은 이길 것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또 일부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겨냥해 "마크롱, 공범"이라고 규탄했다.

또 영국 런던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중심가인 트래펄가 광장의 길을 막고 앉아 시위를 펼쳤다.

이들은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는 현수막을 들고 "지금 당장 휴전하라", "수천 명, 수백만 명, 우리는 모두 팔레스타인인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는 시위대가 BBC 건물 앞에서 지난 3주간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어린이 3000명을 상징하는 시신 운반 가방을 들고 시위를 했고, 독일 베를린에서는 약 6000명이 휴전을 촉구, 뒤셀도르프에서도 수천 명이 시위를 펼쳤다.

이밖에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4000명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를 펼쳤고 로마에서도 수천 명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며 행진했다.

특히 튀르키예 이스탄불과 앙카라에서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방문을 하루 앞두고 수백명의 시위대가 모였다. 이들은 '블링컨, 학살의 공범은 튀르키예를 떠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과 빨간색으로 'X' 표시를 한 블링컨 장관·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진을 들고 시위를 펼쳤고, 앙카라에서는 미국 대사관 앞에 "이스라엘은 병원을 폭격하고 바이든은 그 비용을 지불한다"는 포스터를 든 시위대가 모였다.

미국에서도 미국 워싱턴DC, 뉴욕, 내슈빌, 신시내티, 라스베이거스, 샌프란시스코 등 각지에서 시위대가 가자지구 휴전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워싱턴DC에서는 시위대 수천 명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행진했고 이 중 일부는 "바이든, 당신은 숨을 수 없다. 당신은 대량 학살에 서명했다"는 구호를 외쳤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정재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