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가자지구 미래상 논의 분분

2023-11-09 10:42:12 게재

미 국무 "통치체제 중심은 '팔' 주민" … 이스라엘 "공통분모는 비무장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8일(현지시간) 종전 후 가자지구 대책과 관련 "전쟁이 끝날 때 과도기가 필요할 수 있으나 가자·서안지구 거버넌스(통치체제)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6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ABC 뉴스 인터뷰를 통해 전후 가자지구에서 "무기한으로 전반적 안보를 책임질 것"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분명한 선을 긋는 모양새다. 네타냐후는 "우리가 안보 책임을 지지 않으면 우리에게 닥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규모로 하마스의 테러가 터져 나오는 것"이라고 말해 과도기적 개입인지 아니면 재점령 의지를 드러낸 것인지 의견이 분분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8일 일본 도쿄에서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의 일환으로 열린 확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확대회의에는 중앙아시아 5개국 외교장관도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도쿄 AP=연합뉴스


이에 대해 미국은 재점령은 안된다는 뜻을 밝혔고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발언 역시 이런 선상에 놓여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 뒤 기자회견을 통해 "(전후) 가자지구는 하마스에 의해 운영돼선 안 되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재점령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면서 "제가 이스라엘 지도자에게 들은 것은 그들은 가자지구를 재점령하거나 다시 장악할 의도가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러므로 유일한 질문은 과도기가 필요한지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어떤 메커니즘이 필요한지다"라고 덧붙였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전쟁 직후 안보 상황 영향을 관리하기 위해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에 일정 기간 있는 것은 상당히 타당성이 있다"면서도 "이스라엘의 장기적인 재점령이 거버넌스 해법이 돼선 안 된다는 우리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우리 모두는 가능한 한 빨리 전쟁을 끝내길 원하며 그전까지는 민간인의 고통을 최소화하길 원한다"면서도 즉각적인 전면 휴전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이런 위기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은 항구적인 평화와 안보에 대한 조건을 만들고 이를 염두에 두고 외교적인 노력을 시작하는 것"이라며 "비록 우리가 긴박한 도전과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나 미래에 대한 대화를 시작해야 할 때가 오늘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면서 전후 가자에 대한 이른바 '포스트 하마스 구상' 관련한 핵심 원칙으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을 강제로 이주시키지 않을 것 △가자지구가 테러리즘 근거지로 사용되지 않을 것 △전후 가자지구를 재점령하지 않을 것 △가자지구를 봉쇄하거나 포위하려고 시도하지 않을 것 △가자지구 영토를 축소하지 않을 것 △서안지구에서 테러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 등을 열거했다.

블링컨 장관은 "가자지구 위기 이후 거버넌스의 중심에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목소리와 열망이 포함돼야 한다"면서 "여기에는 팔레스타인이 주도하는 정부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산하 서안지구와 통일된 가자지구가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3일간의 인도주의적 교전 중지를 요청했다는 한 언론 보도에 대해 "외교적 대화는 공개하지 않겠다"면서도 "우리는 우려도, 기대도 공유한다"고 말했다.

포스트 하마스 구상에 대한 관측이 분분한 가운데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의 미래를 논의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일론 레비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8일 "하마스시나리오 그 후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아직 너무 이르다"면서 "하마스 (소탕) 그다음 날이 다음 주가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레비 대변인은 "우리는 국제사회의 파트너들과 함께 '그다음 날'에 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탐색하고 있다"며 "공통 분모는 가자지구의 비무장화 그리고 다시는 그곳이 테러의 온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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