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매일 4시간씩 교전중지

2023-11-10 10:41:32 게재

이스라엘, 민간인 도피 위한 통로 열어 … 바이든 "정식 휴전은 가능성 없어"

전면 봉쇄와 포격에 이은 이스라엘군의 본격 지상전 돌입으로 극심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탈출을 돕기 위한 일시적인 교전중지가 이뤄진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구멍 뚫린 가자지구 건물 벽 | 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한 젊은이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뚫린 벽 앞에 서 있다. 구멍을 통해 보이는 다른 사람들은 잔해를 뒤지며 생존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칸유니스 AFP=연합뉴스


국제사회의 비판여론이 커지면서 위기에 몰린 미국의 요청을 이스라엘이 수락한 것으로 가자지구 북부에서 최소 3일간 매일 4시간씩 교전이 중단되는 방식이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9일(현지시간) 온라인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스라엘로부터 (교전)중지 동안, 이 지역에 군사작전이 없을 것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가자지구 북부에서 이스라엘의 4시간 교전 중지는 이날부터 시행되며 이스라엘이 매일 교전 중지 3시간 전에 이를 시행하는 시간을 발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이런 (인도주의적 교전) 중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한 걸음이라고 믿는다"면서 "이는 특히 민간인들이 전투행위의 영향에서 벗어나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할 기회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이 기존 인도주의적 통로에 더해 해안가 도로를 추가로 연다고 커비 조정관은 말했다. 그는 "첫 통로는 지난 며칠간 (하루) 4~5시간 동안 개방돼 수천 명의 사람들이 안전하게 남쪽으로 이동하게 했다"면서 "해안가 도로인 두 번째 통로도 수천 명의 사람들이 남쪽으로 다다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휴전협상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미국의 분명한 태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일리노이주에서 열리는 일정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 D.C.를 떠나기 앞서 휴전 가능성을 묻는 기자 질문에 "없다. 가능성이 없다(None, no possibility)"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이스라엘에 사흘간의 '인도적 교전 중지'를 요구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 나는 사흘보다 더 긴 교전 중지를 요청했다"고 답했다.

이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좌절감을 느끼느냐는 질문에는 "(인도적 교전중지 제안을 받아들이기까지) 내가 희망한 것보다 좀 더 긴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을 포함한 가자지구내 인질 석방에 대해 "우리는 그들이 석방될 때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이달 4일부터 매일 4시간 동안 민간인에게 가자지구 남부로 향하는 인도주의 통로를 개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군 국제 미디어 담당 대변인인 리처드 헥트 중령은 "우리는 인도적 구호 등을 위해 제한적인 구역과 시간 안에 진행되는 전술적, 지역적 교전 중단만 계획 중"이라며 "계획된 교전 중단은 일주일에 두 차례 4시간 동안 민간인의 남쪽 이동과 구호품 이동을 위해 이스라엘이 이어온 인도적 통로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고 밝혔다.

헥트 중령은 이어 "하마스가 사람들의 이동을 막기 위해 압박을 가하지만 수만 명이 이동한 것을 보고 있다"며 "우리는 이것(민간인 대피)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하마스 측은 일시적 교전 중단과 관련 이스라엘과 어떤 부분도 합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UN 역시 일시 중지를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엔 대변인 스테판 두자릭은 전투 중단을 위한 모든 프로그램은 "특히 시기와 장소 문제에 있어서 유엔과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주의적 목적을 위해 이 일이 안전하게 이루어지려면 분쟁 당사자 모두가 진정으로 효과적이라는 데 동의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공습으로 1400명의 민간인이 죽고, 약 240명이 인질로 잡혔으며 가자지구 전투에서 군인 3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관리들은 현재까지 가자지구 주민 1만 812명이 이스라엘의 공습과 포격으로 사망했으며, 그 중 약 40%가 어린이라고 밝혔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정재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