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양한방 협진하는 게 국민건강에 더 이로워

2023-11-14 11:08:11 게재
조현주 포레스트요양병원 병원장

전통의학으로 치료하는 이가 의사와 거의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의료인의 역할을 행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의사와 한의사가 명확하게 각각의 구분된 역할을 행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일본 미국 등 많은 나라들은 전통 의학을 행하는 직업군이 있더라도 의사는 전통의학의 많은 부분을 행한다. 의사가 행한다면 그것이 한의학이든 아유르베다 의학이든 의학의 범주로 보는 것이다. 중국 인도 등에서는 전통의학을 행하는 직업군이 별도로 있지만 그들은 서양의학의 많은 부분을 동시에 행한다. 상당수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의약품을 처방하며 수술을 담당하기도 한다.

일본의 경우든 중국의 경우든 의료기관을 이용자 입장에서는 방문한 곳의 의료인이 의료지식으로 최선의 선택을 해 치료해 줄 것이기 때문에 어디로 가야 할 지 크게 고민을 할 것이 없다.

일본 외과 의사는 소화기 관련 수술을 한 뒤 장 마비를 방지하기 위해 대건중탕과 같은 한약을 처방한다. 중국 광안문 중의원 같은 의료기관은 눈이 좋지 않아 방문한 환자를 침과 한약으로 치료하다 여의치 않으면 수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한의학과 의학의 측면에서만 보자면 환자는 어떤 의학으로 치료 받을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넘어져 발목을 다쳤는데 한의원 가서 침을 맞을지정형외과 가서 물리치료를 받을지 본인이 먼저 판별을 해야 한다. 주변에 묻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확인하기도 한다.

'양방으로 가야할까 한방으로 가야할까' 고민하는 한국민의 딜레마

어떤 전문 의료기관에 가는 것이 좋을지 판단하는 것을 전문용어로는 게이트 키핑(gate keeping)이라고 한다. 모든 건강에 관한 일차적 진료는 주치의가 하고 그 주치의가 환자의 상태를 보아 상급 의료기관의 전문의에게 보내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이 한의학 의학을 선택하는 스스로 주치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그게 가능한 것일까?

한의사인 필자 스스로도 그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길가다 넘어졌지만 인대가 늘어난 것인지, 작은 발목뼈가 부러져 나간 것인지, 타박상인 것뿐인지 의료기기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정확히 판별할 방법이 없다. 한의원에 가면 의료기기가 없어 부러진 것도 모른 채 치료받다 고생할까 걱정이 되고, 정형외과를 가자니 그 정도까진 아닌 것도 같고 피 빼고 침 맞는게 더 시원할 것도 같다. 두 군데 다 가는 것이 정답인데 그러자니 시간도 비용도 아깝다. 고민을 하다 보니 이런 의문이 들기도 한다. 과연 한의학과 의학 양쪽을 모두 이용하는 것이 건강 증진에 더 나을까?

국민건강 위해 올바른 협진 논의 이뤄져야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될만한 연구결과가 있다. 2019년에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고혈압을 진단받고 약을 처방 받아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 중 한방의료기관도 함께 이용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혈관 질환 합병증이나 뇌졸중 등 뇌혈관 질환 발생률이 더 낮고 나아가 사망률도 더 낮다고 한다. 양한방 협진이 훨씬 더 발전한 대만이나 중국 등의 연구 사례를 살펴보면 고혈압에 어떤 한의학적인 치료가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자료가 무수히 많다.

확실한 것은 양한방이 협진한다면 하지 않는 것보다 국민의 건강 증진에 득이 된다는 점이다.

의학과 한의학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우리나라에서는 양자가 어정쩡하게 병립을 하며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일까? 왜 그로 인해 파생되는 불편함은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걸까?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의료정책전문가들도 논의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