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유대인·무슬림 "전쟁중단" 한목소리

2023-11-14 10:38:23 게재

시카고 도심서 연합시위 … 시민단체들 "이스라엘에 155㎜ 포탄 지원 말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한달 넘게 지속되면서 이스라엘군의 공습과 포격으로 병원 영유아들까지 사망하는 참극이 빚어지자, 무력 충돌 초기부터 대립각을 세워온 미국 내 유대인과 무슬림이 한목소리로 '정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가자지구 최대 의료기관인 알-시파 병원에 전력 공급이 중단된 가운데 12일(현지시간) 인큐베이터에서 꺼내진 신생아들이 침대에 눕혀져 있다. 알-시파 병원은 전날부터 연료가 바닥나면서 인큐베이터에 있던 2명의 미숙아를 포함해 5명이 숨진 끝에 이날 운영을 중단했다. 가자시티 로이터=연합뉴스


이와 함께 미국 시민·사회단체들이 바이든 행정부에게 이스라엘에 포탄을 지원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등 미국내 전쟁반대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께 시카고 도심에 미 중서부 지역 유대인과 무슬림 수백명이 모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중단촉구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출근길 직장인들로 북적이는 통근 철도 터미널 '오길비 교통센터'(Ogilvie Transportation Center)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경찰은 시위대에 해산 명령을 내리고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저항하는 시위대원 106명을 무단침입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ABC방송은 "시위대는 '미국 중서부 주재 이스라엘 총영사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오길비 교통센터 안으로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주시카고 이스라엘 총영사관은 오길비 교통센터 빌딩 31층에 있다.

시위에는 반시온주의 단체 '평화를 위한 유대인 목소리'(Jewish Voice for Peace)·유대계 인권단체 '네버 어겐 액션'(Never Again Action) 등에 소속된 유대계와 팔레스타인계가 함께 참여했다.

시위 주도자들은 각종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터미널 중앙홀의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에 올라서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표하며 "가자지구에 대한 폭탄 테러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시위대는 "팔레스타인을 포함해 그 누구도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시위 참가자 대니얼 엡스틴은 "가자지구 점령 종식이라는 우리의 장기적 목표를 향한 첫 번째 단계는 정전"이라며 "지금 당장 포격을 중단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위 참가자 아리엘 레빈은 "미국인이자 유대인으로서 정전을 촉구하려 아이오와주에서 이곳까지 왔다"면서 "전쟁 지원에 우리의 이름을 이용하지 말라. 미국 납세자의 혈세를 더 이상 낭비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미국 정부가 가자지구 정전을 요구해야 한다"며 "지역별로 조직을 꾸려 시위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로 인해 시카고 경찰 당국은 오길비 교통센터 빌딩에 '이동 자제령'을 내리고 한동안 출입을 통제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옥스팜 아메리카, 국제엠네스티, 분쟁지역 민간인센터(CIVIC) 등 미국의 3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에 서한을 보내 이스라엘군에 155mm 포탄을 지원하려는 국방부 계획에 우려를 표하며 지원 중단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단체들은 "현 상황에서 이스라엘 정부에 이런 탄약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면 민간인 보호와 국제 인도주의 법에 대한 존중, 바이든 행정부의 신뢰를 저해할 것"이라며 "강력한 폭발력을 지닌 155mm 포탄을 가자에서 국제 인도주의 법을 준수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상상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금까지 이스라엘에 정밀 유도탄과 살상 범위가 작은 폭탄을 지원했고, 비축된 미군 전쟁예비물자에서 155mm 포탄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미국 정부가 2022년 도심에서 고성능 폭발 무기 사용을 제한하자는 취지의 국제 성명을 지지한 사실을 언급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과거 하마스와 분쟁 때 포탄 수천발을 발사했다면서 "이들 포탄은 학교와 동네, 병원, 대피소, 난민촌을 타격해 다수 민간인을 죽이고 다치게 하고 쫓아냈다"고 지적했다.

WP는 서한이 하마스를 제거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과 미국의 지원 역할에 대한 미국 대중의 우려를 반영하다고 평가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김상범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