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직사회 '친이스라엘'에 반기

2023-11-15 10:48:51 게재

40개 기관 500명 이상이 항의서한에 서명 … 일부선 "대량학살 공범" 주장도

이팔 전쟁 과정에서 미국의 친 이스라엘 일변도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 비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공직사회에서도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뉴욕 출신 알렉산드라 오카시오 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이 13일(현지시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유대인 랍비들이 주최한 이날 집회에서는 코리 부시 미주리주 민주당 하원의원도 참석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전역의 40개 정부기관을 대표하는 500명 이상의 서명이 포함된 서한이 바이든 행정부에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데 대한 비판이 핵심이다.

NYT는 서명자가 익명으로 된 서한 내용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우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휴전을 긴급히 요구하고, 이스라엘 인질과 자의적으로 구금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즉각적인 석방, 물, 연료, 전기 및 기타 기본 서비스의 복구, 가자 지구에 대한 적절한 인도적 지원의 통과를 보장함으로써 현재 분쟁의 완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NYT에 따르면 서한에 서명한 사람들은 국가안보위원회에서 연방수사국, 법무부에 이르기까지 정부 전반에서 일하는 다양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또 서명자 중 일부는 2020년에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도왔으며, 이들은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지지가 이 문제에 대한 민주당 유권자들의 입장과 충돌하는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 서한은 바이든 정책에 대한 미국 관리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NYT는 중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의 말을 빌어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적 대응 규모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미국 정부 전반에 걸쳐 상당한 반대와 좌절감이 퍼져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라고 설명했다.

NYT는 또 이 서한이 수십 명의 국무부 직원이 서명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보낸 세 개의 내부 메모와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직원 1000명 이상이 서명한 공개 서한을 포함해 바이든 행정부 전체 공무원이 보낸 여러 항의 서한 중 가장 최근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 역시 이런 내부 흐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링컨 장관은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여러분 다수에게 이번 위기로 야기된 고통이 개인적으로도 엄청난 괴로움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매일매일 이번 위기 속에 고통받는 아기와 어린이, 고령자, 여성, 다른 민간인들의 이미지를 보면서 느끼는 괴로움은 극도로 고통스러운 것이다. 나 자신도 그것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무부 내 일부 사람들은 우리가 취하는 접근법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아니면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견해가 있을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듣고 있다. 여러분이 이야기하는 것들이 우리의 정책과 우리의 메시지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해 내부 반발에 대한 진화에 고심하고 있음을 엿보였다. 이번 사안이 심상치 않음을 의식한 것이다.

13일 미국 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한 미 국무부 내부직원들의 반대 메모는 이런 기류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 메모는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을 "대량 학살 공범"이라고 공개적으로 맹비난한 국무부 하급 직원이 주도한 것으로 국무부와 국제개발처 직원 100명이 서명해 지난 3일 국무부 정책실에 전달됐다. 이 메모에는 고위 미국 관리들에게 이스라엘 정책을 재평가할 것을 촉구하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휴전을 요구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악시오스 역시 이번 메모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을 둘러싼 바이든 행정부 내 분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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