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명사 문화여행 | 당진 김용세 지역명사

신평양조장 연잎주 만들기 … 외국인 관광객 많이 찾아

2023-11-16 11:12:08 게재

양조장 역사·술 빚는 법 설명 듣고 막걸리 칵테일 즐겨 … 1930년대 시작한 우리나라 1세대 양조장·제품에 이야기 입혀 브랜드화 성공

한국관광공사는 지역의 명사를 관광자원화하는 '지역명사와 함께하는 문화여행'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명사와 지역관광을 연계해 매력적인 지역관광 콘텐츠를 개발하려는 취지다. 관광객들은 지역명사를 만나 그들이 전문성을 가진 다양한 영역에 대한 설명을 듣고 체험을 하는 것은 물론, 그들이 전문성을 갖추기까지 좌절 고민 성공 등 삶에 대해 들으며 공감할 수 있다. 올해 지역명사와 함께하는 문화여행은 7개 전담여행사를 선정해 관광상품 개발과 홍보를 진행했다. 2022년 대비 300% 이상 여행객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15명의 지역명사 중 3명의 지역명사를 만나 그들의 삶에 대해 들었다. 이중 충청남도 당진의 김용세 명사를 만나본다.

김용세 지역명사. 사진 이의종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우리술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막걸리의 깔끔한 맛과 창업주와 양조장의 고유한 이야기를 기반으로 막걸리는 물론, 체험관광까지 성공적으로 상품화한 브랜드로 충청남도 당진의 신평양조장이 꼽힌다. 특히 연잎을 넣은 백련막걸리 제품 중 하나인 '백련 스노우(snow) 생막걸리'는 2009년 청와대 만찬에 올랐다. 지난달 26일 충청남도 당진 신평양조장을 방문해 한국관광공사 지역명사 김용세 명사와 가업을 잇는 그의 아들 김동교 신평양조장 대표이사를 만났다.

◆일제 주세령으로 양조장 역사 시작 = 신평양조장은 양조장 견학 및 체험을 위해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우리나라 양조장 1세대인 신평양조장의 역사를 들려주는 것부터 시작한다. 당진은 쌀이 가장 많이 나는 농산물 중 하나다. 때문에 쌀을 주원료로 한 막걸리를 빚는 양조 산업이 일찍이 발전했다. 전시관에는 신평양조장이 1933년 창업할 때부터의 이야기가 근대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는 원본 자료 및 당시 사진들과 함께 고스란히 담겨있다.

김 명사는 "100여년 가까이 가업을 이어온 신평양조장의 역사는 우리나라 막걸리 양조장의 역사"라면서 "일제강점기에 시작해 6.25전쟁에 이어 한국의 근현대사를 겪어오면서 한 지역의 막걸리 양조장은 지역사회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김동교 신평양조장 대표이사(가장 오른쪽)가 막걸리 칵테일 만드는 법을 안내하는 모습. 사진 이의종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에는 술 빚는 문화가 바뀌는 사건이 있었는데 일제가 술에 세금을 내게 하는 '주세령'을 발표한 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집에서 술을 빚어 전수해온 문화가 사라지고 근대 양조 산업이 시작된다. 김 대표이사는 "일제가 세금을 수탈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우리나라에 양조장이 처음 생겼다"면서 "세무서 직원들이 불시에 양조장에 와서 점검을 해서 각 양조장마다 보관해두는 세무서 나무상자에 담긴 서류에 관련 내용을 기록하고 잠근다. 열쇠는 세무서에서만 보관했다"고 말했다. 전시실에는 당시 세무서 직원들이 이용하던 나무상자도 있었다.

김 명사가 신평양조장을 물려받은 것은 1970년대다. 당시는 신평양조장의 전성기로 막걸리가 주류시장의 90%를 점유했다. 서울로 유학을 떠났던 김 명사는 대학원까지 마친 후 당진으로 돌아왔다. 김 명사는 "어릴 때부터 술을 빚는 것을 봐왔으니까 술을 빚는 게 낯설지가 않았다"면서 "여러 책을 보면서 양조에 대해 공부를 했는데 (전시실에 전시된 한 1937년 조선주조협회가 발간한 '주조독본'을 가리키며) 저 책이 굉장히 잘 돼 있어 많이 공부했다"고 말했다.

신평양조장 전시관. 사진 이의종


가업을 물려받은 그는 언제나 맛이 동일하도록 과학적으로 술을 빚는 데 공을 들였고 신평양조장만의 백련막걸리를 개발해 상품화했다. 백련막걸리는 청와대 만찬에 올랐을 뿐 아니라 우리술품평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김 명사는 대한민국 식품명인로 선정돼있다.

◆고두밥에 누룩 연잎을 더한다 = 관광객들은 전시관 옆에 마련된 양조 공장도 견학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보다 본격적으로 다양한 술의 종류와 함께 막걸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곳에는 막걸리 칵테일을 시음하는 시음장도 있다.

김 대표이사는 이곳에서 백련막걸리 제조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백련막걸리는 고두밥과 누룩을 넣고 배합하는 과정에 연잎을 넣어 만들게 된다. 당진에 '흥국사'라는 절이 있는데 이는 김 명사 아버지의 기부를 토대로 지어진 절로 신평양조장은 이곳에서 기르는 연잎을 구입해 백련막걸리를 만들어낸다.

신평양조장이 요즘 주력하는 술은 살균 막걸리다. 그는 "생막걸리의 경우 효모가 살아 있어서 병 안에서 한번 더 발효를 일으키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짧다"면서 "그런데 열처리를 해서 살균을 시키면 유통기한이 길어져 수출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살균 막걸리의 경우 한류 열풍 덕에 미국에 많은 양을 수출하고 있으며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면서 "7~9월에 동남아 여러 국가, 호주 등에 수출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신평양조장은 당진에서 쌀 다음으로 많이 나는 농산물인 고구마를 활용한 소주를 개발해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아울러 이곳 시음장에서는 다른 곳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막걸리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다양한 술이 어우러져 막걸리를 중심으로 조화를 이룬다. 양조장 체험에 이어진 막걸리 칵테일 시음에 관광객들의 만족도는 높아진다.

◆"당진 구도심 활성화되길" = 관광객들이 전시관과 양조 공장을 둘러보며 양조장과 막걸리에 대한 설명을 듣는 동안 관광객들의 연잎주 만들기 체험을 위해 신평양조장은 부지런히 고두밥을 찐다. 관광객들은 식힌 고두밥을 각자의 용기에 담아 누룩과 효모 등 원료들을 배합하고 섞어준 다음 연잎을 넣는 과정을 직접 체험한다. 관광객들은 체험한 용기를 가지고 갈 수 있다. 이후 여러 날에 걸쳐 발효하고 숙성해 나만의 연잎주 막걸리를 즐길 수 있다.

이날 오후 방문한 신평양조장 체험장에는 누룩 효모 연잎 등이 섞인 고두밥이 담긴 단지들이 놓여 있었다. 폴란드인 30여명이 연잎주 막걸리 빚기 체험을 방금 마친 상태였다. 신평양조장은 외국인 관광객들, 그중에서도 유럽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양조장으로 알려져 있다. 영어권 외국인 관광객들의 체험관광은 김 대표이사가 직접 진행한다.

그는 "해외의 경우 우리나라 보다 양조장을 체험하고 즐기는 문화가 활성화돼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얼마 전에는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는 한 일본인이 영상을 찍고 체험을 한 다음 술이 맛있다고 놀라며 가져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바람에 대해 김 명사는 신평양조장이 세워진 당진의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신평양조장이 보다 더 알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명사는 "신평양조장이 세워진 이 거리는 신평시장길로 5일장이 열리는 곳이다. 과거엔 큰 시장이었으나 지금은 규모다 줄어 쇠락하는 구도심"이라면서 "신평양조장에 보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으면 자연스럽게 신평시장이 활성화하면서 활력 있는 동네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소: 신평양조장, 충청남도 당진시 신평면 신평로 813 문의: 041-362-6080
연잎주 만들기 체험: 신평양조장의 대표 체험 프로그램. 양조장 역사 및 전통주 강의, 연잎주 빚기, 막걸리 시음 등을 즐길 수 있음. 20명 이상 단체 위주 진행.

당진 =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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