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15살 방통위 초심으로 돌아가라

2023-11-16 10:55:14 게재
출범한 지 15년 10개월이 지났다. 정권교체에 따라 큰 부침을 겪었다. 그야말로 한시도 바람 잘 날 없었다. 최근에는 국회에서 위원장 탄핵이 추진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얘기다.

2008년 이명박정부에서 출범한 방통위는 기술발전에 따른 방송통신융합 흐름에 맞춰 만들어졌다. 기존 방송위원회가 갖고 있던 방송 인허가 권한에 더해 정보통신부가 갖고 있던 통신산업 규제와 정보통신기술(ICT) 진흥 기능까지 포괄했다. 이 때문에 방통위는 이명박정부 5년 동안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큰 권한 때문인지 초기 방통위는 무수히 많은 사회적 논란과 변화의 중심에 섰다. 인터넷포털 임시조치 의무화, 인터넷실명제 추진, 종합편성채널(종편)과 뉴스전문채널(보도PP) 허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이폰과 갤럭시로 상징되는 스마트폰 시대(모바일 인터넷 시대)에 대한 대응도 방통위 몫이었다.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방통위 조직과 역할은 대폭 축소됐다. 정치사회적 관심이 큰 지상파방송 종편 등에 대한 규제에 매몰되면서 산업진흥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ICT산업 진흥, 통신서비스 유료방송 규제 권한 등을 미래창조과학부에 떼어줬다. 지상파방송 종편 보도전문채널 등에 대한 규제와 방송통신서비스 이용자 보호 등만 남았다. 그나마 갖고 있던 개인정보보호 관련 역할도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떼어갔다.

부침을 겪고 쪼그라들기는 했지만 방통위가 쌓은 유산도 평가할 것이 많다.

우선 정치·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정부조직이라는 점이다. 방통위는 2006년 7월말 출범한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융추위)가 배경이다. 융추위는 민간과 정부를 대표하는 위원들로 구성돼 방통위 출범 전까지 활동했다.

위원회 운영이 민주적이고 투명성이 높았던 점도 평가할 만하다.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5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대통령과 여당이 3인을 추천하고 그 외 교섭단체가 2인을 추천한다.

기자는 출범부터 지금까지 방통위를 취재하고 있다. 초기 5년여는 거의 대부분 위원회 회의를 방청했다. 당시 위원들은 성향에 따라 의견이 갈려 표결을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합의를 통해 의결했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정부 정책이 위원들의 치열한 논의를 통해 결정되고 집행되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방통위는 모든 회의를 공개로 진행했다.

이런 기억 때문인지 최근 위원장 탄핵 논의나 위원 2명만으로 사회적으로 중요한 정책들이 결정되는 모습은 안타깝다. 방통위와 정치권이 방통위 출범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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