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세종시 버스요금 무료화 정책

2023-11-16 11:04:02 게재

지방선거 이후 논란 끝에

재정부담·효과 등이 발목

세종시 버스요금 전면 무료화 정책이 중단됐다. 대신 월 정액권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15일 세종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버스요금 무료화 대신 월 정액권인 '세종 이응패스'를 내년 9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광역지자체 가운데 첫 시도로 주목을 받았던 세종시 버스요금 무료화 정책은 이날로 멈춰섰다.

세종시 버스요금 무료화 정책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최민호 세종시장의 공약으로 시작했다. 올해 4월엔 내년 9월부터 출·퇴근 시간대 버스를 무료로 시범 운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 전면 무료화도 약속했다.

세종시 버스요금 전면 무료화 정책은 선거 때부터 논란을 일으켰다. 대중교통 이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정책이라는 찬성 주장부터 지자체 재정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까지 다양했다.

우선 재정부담에 대한 논란이 컸다. 당초 최 시장은 18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면 운영이 가능하다고 봤다. 세종시는 매년 시내버스 회사에 적자금액인 400여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운송수입은 180억원 정도다. 이 운송수입만 대체하면 무료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광역지자체인데도 세종시 전체 인구가 39만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세종시 특성상 인구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추가 비용도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무료화 정책을 한번 시행하면 번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지역에선 세종시가 버스요금 무료화 정책을 중단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긴축재정 속에서 신규사업을 추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세종시는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968억원(4.8%) 감소한 1조9059억원으로 편성했다.

무료화 정책이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률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 지도 쟁점이었다. 세종시 버스 이용률은 7.9%로 전국 최저 수준인 반면 승용차 이용률은 50%를 육박해 전국 최고 수준이다.

버스요금을 무료화한다고 이용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무리라는 주장이 나왔다. 돈이 없어 세종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률이 낮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제한된 재정상황을 고려하면 오히려 시내버스 노선 등 시스템과 서비스 개선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논의 끝에 '어쩌다 한번' 타는 버스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버스를 이용하게끔 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이날 월 2만원 정액권을 구입하면 월 5만원까지 사용할 수 있고 청주 대전 등 인접한 타 시도에서도 사용 가능한 '세종 이응패스' 도입을 선언했다. 간혹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주민이 자주,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유인책이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이날 "공약대로 버스 무료화를 실행하지 못해 시민들에게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면서도 "세종 이응패스는 더 적은 예산으로, 더 많은 대중교통 이용을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혁신적인 방안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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