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선 타고 인도네시아에 상륙한 로힝야 난민

2023-11-17 10:49:07 게재

"방글라 캠프서 승선"

196명 표류 끝에 상륙

방글라데시에서 출발한 로힝야족 난민 약 200명이 바다 건너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쪽 끝 아체주의 한 해변에 상륙했다고 안타라 통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 지역 해군 사령관인 앤디 수산토는 전날 로힝야족 난민 196명을 실은 배가 아체주 피디 지역의 한 해변에 상륙했다며 이 가운데 128명이 여성과 아동이라고 밝혔다. 이는 올해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미얀마 난민들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목선으로 바다를 건넌 로힝야 난민들이 14일 수마트라섬 아체주 해변에 앉아있다. 인도네시아 AFP=연합뉴스


아체 지역 어촌 대표 미프타 컷 아데는 "로힝야족은 대형 나무배 한 척을 타고 도착했다"면서 "그들이 허약하고 영양이 부족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미얀마 정부와 군정의 탄압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넘어가 콕스 바자르 난민 캠프에서 지내던 사람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22세의 난민 누르 바시르(Nur Basyar)는 "나는 방글라데시의 쿠투팔롱 출신으로 가족 4명과 함께 이곳에 왔다"며 "항해 중에 몸이 아팠고 얼마나 걸릴지 확신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체주 정부는 난민들이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뒤 인근 임시 대피소로 이송했고, 지역 주민들은 난민들을 위해 음식과 물을 제공했다. 다만 난민 가운데 7명은 현지에 도착한 뒤 인근 산간으로 도망쳤다. 이들은 돈을 받고 난민들을 데려오는 중개인으로 보인다고 주정부는 설명했다.

이슬람계인 로힝야족은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심한 탄압을 받았고 100만명이 넘는 로힝야족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살고 있다.

하지만 난민촌 생활이 여의찮아 국교가 이슬람인 말레이시아나 무슬림이 절대 다수인 인도네시아로 가기 위해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배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인도네시아 외교부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으로 인도네시아 내 로힝야족 난민의 수는 1500명에 달한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바다가 잔잔한 11∼4월 사이에 주로 밀입국을 시도하지만 대부분 쓰러질 듯한 목조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사고도 자주 일어난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지난해 2000명이 넘는 로힝야족 난민이 동남아시아로 오기 위해 배에 탔지만 약 200명이 질병과 굶주림, 피로 등으로 인해 바다에서 사망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추산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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