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50 K-아카데미 | 주제 3: K-콘텐츠의 힘, 어디에서 나오는가?

"K-팝,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시작점"

2023-11-23 11:46:09 게재

외국인 대학생들, CJ ENM '케이콘'(K-CON) 주제로 활발한 토론 … 현장 방문까지 알찬 일정 마무리

금융산업공익재단과 내일신문이 공동주최하는 G50 K-아카데미는 최근 3번째 주제 'K-콘텐츠의 힘,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진행했다. 외국인 대학생들은 2일 실시간 온라인으로 김치호 한양대 교수의 '세계가 반응하는 K-콘텐츠' 강의를 들은 데 이어 16일 오전 오프라인으로 만나 김 교수의 지도 아래 사전 과제를 중심으로 사례 연구와 토론을 진행했다. 외국인 학생들은 씨제이이앤엠(CJ ENM) 경영진이 돼 2012년 '케이콘'(K-CON)을 연 이후, 2013년에도 이를 계속 열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이를 통해 K-콘텐츠 기업 경영진의 입장에 서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어 이날 오후에는 K-콘텐츠의 현장인 CJ ENM을 방문했다.

16일 G50 K-아카데미의 3번째 주제 'K-콘텐츠의 힘, 어디에서 나오는가?'에 참여한 외국인 학생들. 사진 이의종


16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강의실에는 외국인 대학생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이들은 밝은 표정으로 서로 인사하며 이날 탐구할 주제인 K-콘텐츠와 사전 과제를 중심으로 얘기를 나눴다.

◆내가 K-콘텐츠 기업 경영진이라면 = 이에 앞서 학생들은 2일 '세계가 반응하는 K-콘텐츠'를 주제로 김치호 한양대 교수의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문화콘텐츠와 콘텐츠산업의 정의에서부터 한류의 이해에 이르기까지 K-콘텐츠의 전반적인 내용을 학습했다. 학생들이 막연히 생각하던 한류는 강의를 통해 어떤 시대적 변화를 갖고 있으며 누구에게 주로 소비되는지, 성공적인 모델은 무엇이며 영향력과 미래는 무엇인지 구체화됐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에게는 사례 연구를 위한 사전 과제가 제시됐다. 씨제이이앤엠(CJ ENM)이 2012년 처음 시작한 '케이콘'(K-CON)과 관련한 논문을 읽고 CJ ENM 경영진의 입장에서 '2013년 케이콘을 열 것인지, 열지 않을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사전 과제다.

조별 토론을 하는 외국인 학생들. 사진 이의종


케이콘이란 CJ ENM이 여는 한류박람회로 한국의 문화와 음식 등을 즐길 수 있는 각종 부스와 함께 대규모 콘서트를 열며 관람객들과 함께하는 행사를 말한다. CJ ENM은 201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케이콘을 처음 연 이후 전세계 여러 도시에서 케이콘을 열고 있다.

학생들은 '만약 2013 케이콘을 연다면 기간은 하루로 할 것인지, 2일로 할 것인지' '누구를 섭외하며 언제 어디서 개최할 것인지' '협찬사는 어떻게 유치하며 핵심 고객은 어떤 이들을 설정해야 할 것인지' 등을 결정해야 했다.

◆케이콘 관련 열띤 조별 토론 = 학생들은 이날 김 교수의 강의를 통해 그가 CJ ENM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들을 수 있었다. 다양한 채널을 만들어내고 여러 방송국들과 협업하며 한류를 세계무대로 뻗어나가게 했던 현장 경험이었다.

학생들이 주제를 이해하기에 충분할 만큼 동영상 자료도 제공됐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외국인 학생들. 사진 이의종


학생들은 강의 첫 시간엔 조별로 사전 과제에 대해 토론하며 사례 연구를 했으며 두 번째 시간엔 이를 바탕으로 강의 및 전체 토론에 참여했다.

조별 토론에서 학생들은 케이콘 관련 결정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저마다의 입장에서 발언을 해 나갔다. 한 조의 경우 '케이콘의 티켓 가격과 기간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가장 주된 내용이었다. 한 학생은 "멀리서 케이콘을 보러 찾아오는데 하루만 공연을 하면 관람객들이 만족을 할까"라며 "기간을 2일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또 다른 학생은 "(기간을 늘리면) 티켓 가격이 비싸지는데 K-팝을 좋아하는 어린 학생들이 비싼 공연에 갈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다른 학생은 "2012년에 적자였기 때문에 협찬사를 늘리는 것도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조별 토론에 앞서 강의를 듣는 외국인 학생들. 사진 이의종


사전에 과제를 읽지 못하고 참여한 학생들도 있었지만 학생들은 서로 갖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며 토론에 적응을 해 나갔다. 특히 한국에 유학을 온 외국인 대학생들의 경우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K-팝 등 K-콘텐츠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주제를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K-팝이란 무엇인가' = 각 조의 열띤 토론은 강의 및 전체 토론으로도 이어졌다. 이날 강의에서는 케이콘에 대해 논의를 하기에 앞서 'K-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외줄루 베이자 누르(튀르키예)씨는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문'으로 역할을 한다"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을 때 K-팝을 시작으로 한국 문화와 한국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바달로브 캬므란(한국이름 안 준, 아제르바이잔)씨는 "협력이 중요하다"면서 "1명만 출연하는 것이 아니고 몇 년에 걸쳐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노력하고 서로 적응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학생들은 '누가 K-팝을 소비하며, 왜 소비하는지'에 대해 토론을 이어나갔다. 괴너 로리엔 케일리(독일)씨는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K-팝을 좋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인즈코브스카 마르가리타(우크라이나)씨는 "음악을 통해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들이 K-팝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싸이와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코바야시 아오이(일본)씨는 "BTS의 음악과 가사가 너무 마음에 와 닿고 그들의 음악을 통해 위로를 많이 받았다"면서 "무엇보다도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가 많아 좋다"고 말했다.

강의 및 전체 토론은 이날 주제의 핵심인 케이콘으로 옮겨갔다. 2012년 10월 케이콘은 LA 중심에서 약간 떨어진 얼바인에서 하루 동안 열렸다. 출연진들은 신인급 위주로 구성됐고 티켓 가격은 20달러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었다. 협찬사도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

첫 행사인 만큼 누구도 성공을 장담하지 못했지만 다행히 1만여명이 함께하는 행사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다만 어느 정도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학생들의 토론에 이어 당시 CJ ENM 경영진의 결정을 들을 수 있었다. CJ ENM 경영진은 2013년에도 케이콘을 열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보다 많은 관람객과 함께하기 위해 세부적인 내용들에 변화를 줬다. 10월이 아니라 여름방학이 있는 8월에, LA의 중심에서 2일 동안 행사를 열었다.

스타급을 섭외했고 해외 팝스타와 함께 공연을 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티켓 가격도 상향했다. 행사는 다양한 관람객들의 참여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여전히 흑자가 아닌 적자였지만 이후에도 한류를 알리는 케이콘은 계속 진행됐다.

강의 및 전체 토론을 마친 학생들은 제공된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한 후, K-콘텐츠가 만들어지는 현장인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로 향했다. 이들은 CJ ENM을 방문하며 이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내부 의사결정 과정 알게 됐다" = 학생들은 이날 활동에 대해 즐거워하며 만족해하는 모습이었다. 학생들은 평소 관심이 있던 주제인 K-콘텐츠에 대해 토론하고 현장을 둘러보는 등 평소 하지 못했던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자인즈코브스카 마르가리타씨는 "K-팝을 꾸준히 듣다가 BTS 공연에 갈 기회가 생겼다. 당시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발발해 콘서트에 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가족들이 '다녀오라'고 격려해 줘서 다녀왔고 이후 BTS를 좋아하게 됐다"면서 "힘이 들고 우울할 때 방탄소년단 음악을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토론을 하면서 케이콘과 CJ ENM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게 돼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카이룰라 셉티(인도네시아)씨는 "방송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을 통해 K-팝을 처음 알게 됐고 이후 세븐틴 등의 음악을 듣고 좋아하게 됐다"면서 "한국 드라마도 좋아해서 '스카이 캐슬'을 열심히 봤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강의는 평소 알고 있던 케이콘을 주제로 해 더욱 흥미로웠다"면서 "케이콘이 내부에서 '이런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고 현장 방문도 너무 즐거웠다"고 말했다.

외줄루 베이자 누르씨는 "음악을 통해 위로를 받곤 하는데 한국 가수들의 가사가 너무 아름다워서 K-팝을 좋아한다"면서 "평소 즐겨 보는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회사가 CJ ENM이어서 현장 방문이 더욱 기뻤고 너무 설렜다"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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