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영방송에 대한 관리 감독을 무력화하는 방송법 개정

2023-11-23 10:56:23 게재
이인철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변호사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방송법은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방식에 대한 법이다. 개정법은 각 방송사 이사수를 21인으로 하고 방송 관계자에 의한 추천 인원을 과반수 이상으로 했다.

KBS, MBC의 경우 방송종사자 단체는 6인, 시청자위원회는 4인, 방송미디어학회는 6인을 각 추천한다. 방송종사자 단체를 추천자로 함은 관리감독의 대상이 관리자가 된다는 문제가 있다. 각 방송사의 시청자위원회는 방송사가 구성하므로 마찬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방송미디어 학회는 방송 유관기관으로서 방송과 직접 관계가 있는 방송이해관계자다. 개정법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관리 감독이 요구되는 공영방송을 자기 스스로 관리하게 하는 격이 되었다. 개정법에 따른 공영방송 KBS, MBC의 방송관련 추천 이사의 수가 16인이어서 개정법의 사장 선임을 위한 의결정족수인 2/3를 넘으므로 이들 만에 의해 KBS, MBC의 사장 선임이 결정된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은 KBS, EBS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MBC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공영방송에 대한 관리감독은 공영방송을 관리하는 이사회에 오롯이 맡겨져 있다. 공영방송의 정파적 보도 논란이 계속되고, KBS의 수신료 징수 논란에서 방만경영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공기업에 대한 관리감독 사실상 포기

감사원 감사에서 KBS 재허가 조건이었던 KBS의 과다한 인건비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개정법은 공영방송 이사직에 방송계 외부 인사의 진입을 제한한다. 방송 이해관계자의 추천을 받은 이사 수를 다수로 하였고 사장은 방송 관계자들에 의해서 결정되도록 하였다. 사회 각 분야를 대표하는 이사가 들어와서 외부에서 공영방송을 관리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관리감독 측면에서 현행법보다 퇴행한 개정법이다.

개정법을 밀어붙인 야당이 여당이었을 때 입법을 추진하지 않은 것은 개정법에 이런 문제가 있기에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 여당으로서 추진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야당이 되자 개정법을 단지 정쟁의 수단으로 삼고 있음은 법안 통과와 함께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동시에 추진한 점에서 확인된다. 개정법으로 공영방송의 방만경영, 정파적 보도 등의 온갖 문제들이 묻혀버렸다. 그동안의 공영방송 제도 개선 노력이 무산되었다. 국가 부담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에 대한 관리감독을 방송 관계자들에게 오롯이 맡기게 되었다.

공영방송은 방송 관계자들의 소유가 아니다. 그렇다면 공영방송이라고 부를 수 없다. 공영방송이 외부의 관리와 감독을 받는 것은 국민의 방송이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에 대한 국가의 관리감독권은 포기될 수 없다. 공영방송의 관리감독권을 포기하는 것이 되는 법개정은 국회의 월권이다.

정치가 국가를 멈추게까지 해서는 안돼

야당이 법개정과 동시에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여 방통위의 업무를 중단시키려는 것은 입법을 빙자한 공무집행방해로 평가받을 것이다. 정치가 정부의 공적 기능을 망가뜨리는 것은 국가의 자해 행위다. 정치가 국가를 멈추게까지 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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