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성공보수, 지분과 금전 동시 청구 안돼"

2023-11-24 11:08:21 게재

2심 '선택채권 특정' 판결한 최초사례

#. 계약을 할 때 여러 방안 중 하나를 나중에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이런 계약을 '선택채권을 가진다'고 부른다. 이 계약 후에 채권자가 선택할 때가 돼서 하나를 선택했는데, 선택한 방안이 하필이면 선택하기 전에 이미 실현 불가능해진 방안이었다. 그렇다면 채권자는 불가능해진 방안을 대신할 대상을 새로 찾아 청구할 수 있는지,  아니면 남아 있는 방안만을 선택할 수 있을 뿐인가라는 문제에 직면한다. 이에 대해 한국 법원 최초 사례의 판결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방법원 민사항소1부(김미리 부장판사)는 선택채권을 이유로 A 변호사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A 변호사는 2017년 1월 B씨의 항소심 수임계약을 선택채권으로 맺었다. B씨가 승소하면 이 사건 부동산 시가의 22% 또는 부동산 시가 대비 B씨 부동산 지분의 22% 중 하나로 성공보수를 받기로 했다. B씨는 2021년 1월 승소했지만, 같은 시기 이 사건 부동산의 2/5 상당이 청주시에 공용 수용됐다. 

그러자 A 변호사는 2021년 3월 B씨의 부동산 지분권 이전 요청을 담은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B씨가 청주시에서 받은 수용보상금의 22%를 달라는 대상청구도 함께 했다. 지분과 금전 둘에서 자기 몫을 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B씨는 성공보수 약정비율이 22%로 지나치게 고율로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해 무효라며 맞섰다. A 변호사가 고령인 자신의 경솔과 무경험을 이용해 계약을 체결했다며 반발했다.

법원은 A 변호사의 성공보수 채권을 선택채권이라고 봐 A 변호사가 내용증명을 B씨에게 송달한 날을 선택채권의 행사로 판단했다. 성공보수채권의 선택권이 A 변호사에게 있다는 이유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B씨가 성공보수 약정에 따라 A 변호사에게 이 사건 부동산 중 22%의 지분권을 지급해야 한다고 짚었다. 하지만 이 사건 부동산의 일부는 A 변호사가 선택채권을 행사하기 전에 청주시에 협의 취득돼 남아 있는 B씨의 지분만으로 성공보수채권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재판부는 "선택채권의 여럿 중 하나가 이행불능인 경우 그 나머지 채권만으로 계약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면 "해당 채권은 전부 이행불능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A 변호사가 부동산 지분 이전으로 특정한 이 사건 선택채권은 이미 (전부불능으로) 소멸해, 효력이 없어졌다"며 A 변호사가 B씨의 청주시 보상금에서 달라는 부분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선택 내지 특정이 이뤄지기 전에 하나가 이행불능 상태에 빠진 경우에는 불능된 선택채권의 특정만이 문제될 뿐"이라면서 "B씨의 소유지분 중 일부의 이전을 구하는 한편 청주시 협의취득으로 B씨가 받은 보상금 중 일부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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