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목표 달성 못하자 면직 '부당해고'

2023-11-27 11:16:39 게재

법원 "공정한 평가 아냐"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주고 실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직원을 면직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4부(송각엽 부장판사)는 지역의 한 수산업협동조합 전 1급 직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 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1994년 A조합에 입사해 근무하다 2003년 퇴사한 뒤 2004년 재입사했다. 재입사 후 A씨는 상무직까지 올라갔지만,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징계 면직됐다 구제되는 과정에서 조합장 등과 법정 분쟁을 벌였다.

조합은 2017년 A씨를 실적이나 평가가 부진한 직원이 가는 연구위원직으로 발령한 후, 특수채권 추심과 저축성 공제 매월 50만원·보장성 공제 매월 20만원의 직무 목표를 부여했다. 하지만 B씨는 2020년까지 특수채권을 하나도 회수하지 못했다. 그렇다보니 A씨는 이 기간 규정상 받을 수 있는 최저점보다도 낮은 이른바 '바닥' 점수를 부여 받았다.

조합은 2020년 11월 인사위원회를 열어 '종합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하고 공제실적 및 특수채권 회수실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A씨의 직권면직을 의결했다. A씨의 조합 내 단말기 접속 시간이 한해 20시간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도 그가 업무에 소홀했다는 근거가 됐다.

중앙노동위는 2021년 8월 "면직 정당성이 인정된다"면서 초심 판정을 취소했다. A씨는 재심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에게 부여된 목표가 달성하기 쉽지 않아 조합의 평가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수채권은 회수 가능성이 없어 감가상각 처리된 채권을 뜻한다. A씨가 회수해야 하는 특수채권은 상당부분 소멸시효가 완성된 상태였다.

재판부는 "이를 추심하지 못한 것을 B씨의 탓만으로 볼 수는 없다"며 "A씨의 공제 실적이 떨어지는 것도 연구위원으로 임명돼 별도 사무실에 혼자 일하게 된 것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창구 직원의 경우 고객을 상대로 모집행위가 가능하기에 이를 비교해 실적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다. 단말기 접속 시간도 로그인 후 사용하지 않으면 10분 후 자동으로 로그아웃되는 특성으로 볼 때 실제 업무시간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가 재입사 이후 15년 이상 근무한 점에 비춰 조합은 근무 성적이나 근무 능력이 부족한 경우 개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해 배려할 의무가 있다"며 "하지만 조합은 원고에게 업무실적 부진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바 없다"고 판시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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