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전산망 유사사고 3년 전에도 발생했다

2023-11-28 10:50:33 게재

당시 24개 기관 61개 서비스 장애

노후장비 교체 도중 발생 '닮은꼴'

대응매뉴얼 마련 등 후속조치 소홀

17일부터 발생한 행정전산망 먹통사태와 관련한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3년 전 발생했던 정부 전산망 장애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3년 전에도 여성가족부 등 24개 정부기관 61개 대국민 온라인서비스가 한꺼번에 중단되는 사고가 있었고, 이중화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하지만 당시 원인규명과 책임자 문책, 대응매뉴얼 개선 등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전국 지자체 행정전산망 장애 | 지난 17일 발생한 행정전산망 장애와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17일 행정전산망 장애로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혼란을 겪고 있을 당시 서울의 한 구청 종합민원실 입구 모습. 사진 연합뉴스


28일 행정안전부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0월 14일 오후 10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광주센터에서 노후 전산장비를 교체하는 도중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정부 24개 기관 민원을 처리하는 대국민 서비스가 한꺼번에 중단됐다.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최장 26시간 동안 서비스가 중단되는 대형 사고였다.

당시 사고는 최근 발생한 행정전산망 먹통사태와 매우 유사하다. 사고 당시 광주센터는 불안정한 노후 저장장치를 교체 중이었고, 이 작업은 시스템 제조사가 맡았다. 광주센터 자체 조사결과 전산장애는 제조사 직원이 교체된 저장장치의 실행 명령어를 잘못 입력해 발생한 것으로 결론났다.

3년 전 사고 때는 복구시간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당초 광주센터는 1차 복구가 정부기관 업무가 시작되기 전인 15일 오전 9시 이전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보미 서비스만 16일 새벽 0시 25분 개시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내일신문 취재 결과 시스템 1차 복구가 9시 이전에 마무리됐다는 건 사실이 아니었다. 광주센터 내부 관계자가 밝힌 1차 복구시간은 15일 오후 10시였다.

더 큰 문제는 3년 전에도 전산장애에 대비한 이중화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광주센터는 사고가 발생하기 2년 전쯤인 2019년 1월부터 11월까지 이중화 장치에 대한 점검까지 실시했지만 정작 장애가 발생했을 때는 작동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17일 발생한 행정전산망 장애 때도 이 이중화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는데, 이는 같은 유형의 장애가 반복해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3년 전 이미 한 차례 겪었던 사고인데도 적절한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비슷한 사고를 일으킨 셈이다.

당시 행안부 대처도 부적절했다. 광주센터는 사고 초기 장애 범위가 크지 않다고 보고 내부보고만 했다. 하지만 장애사태가 커지면서 원장에게 보고됐고, 사태가 심각해진 15일에야 장관 구두 보고가 이뤄졌다. 16일에는 대전에 있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원장의 대면보고가 있었지만 행안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따라서 지난 17일 발생한 행정전산망 먹통사태는 이미 오래 전에 예고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3년 전 광주센터 전산장애로 24개 정부기관 사이트가 마비됐을 때 이중화 장치를 제대로 점검했다면 이번과 같은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또한 당시 비슷한 상황에 대처할 대응매뉴얼을 잘 정비했다면 이번 사고와 같은 혼란은 줄였을 수도 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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