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기업승계 목적을 분명히 세우자

2023-11-30 11:38:14 게재
제21대 국회가 내년 5월이면 종료된다. 사실상 12월 정기국회가 입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각종 단체들이 국회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리는 이유다.

중소기업계도 바쁘다. 기업상속 세제를 완화한 세법개정안의 입법을 위해서다. 토론회와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 호소문을 전달한다. 중소기업계는 "기업승계가 불발돼 폐업으로 이어지면 약 57만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고, 손실 매출액이 138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국회를 압박한다.

기업승계 관련 세법개정안은 △증여세 과세특례 연부연납 기간확대(5년→20년) △증여세 과세특례 저율과세(10%) 구간확대(60억원→300억원) △사후관리 업종변경 제한요건 완화(중분류→대분류)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윤석열정부와 여당의 세제 완화 흐름은 중소기업계에게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 못지않게 중소기업 CEO들도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30년 이상 중소기업 CEO의 81%가 60세다. 70세 이상 CEO도 31%에 달한다. 따라서 기업승계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한다. 하지만 현실은 중소기업계 희망대로 될 가능성이 낮다. 국회를 비롯해 사회 일각에서 '기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시각이 상당해서다.

기업승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재벌의 탐욕과 재벌 후계자들의 일탈이 낳은 결과다. 중소기업에서 성장한 중견기업 상당수도 재벌과 비슷한 길을 가면서 실망을 줬다. 최근 중소기업계 주장과 행보 또한 부정적 인식을 벗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국민과 사회에 기업승계 목적을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한 게 원인이다. 개념도 가업승계-기술승계-기업승계를 혼재해 사용했다.

특히 중소기업계는 기업승계를 '세금 감면' 즉 '돈'의 문제에 집중해왔다. 스스로 '부의 승계' 인식을 강화한 셈이다. 특히 후계자 대상에 '혈육'만을 고집하면서 기업승계 목적에 의구심을 갖게 했다. 가족기업 연구자들은 기업의 세대이전 실패 원인으로 '가족문제와 승계문제'를 꼽는다. 세대가 지날수록 가족공동체가 약화되면서 가족간 분쟁이 발생하고 후계자의 사업열정과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업승계는 '중소기업의 미래를 잇고 성장의 가치를 빚는 일'이다. 즉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핵심이다. 이제 기업승계를 ESG 중 거버넌스(G)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승계를 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구축'과 함께 진행해야 한다. 세대간 갈등과 가족간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기업승계 논의가 '돈' 문제에서 벗어나 기업가정신을 품은 기업과 기업인을 만드는 지혜를 모으는 장(場)이 되길 기대한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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