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접수→여권신청, 전지작업→가지치기

2023-12-01 10:58:10 게재

행정용어 국민 시각으로

어려운 한자 대신 우리말

'수목 전지작업 안내문' 최근 서울의 한 구청 게시판에 붙어있는 안내문 제목이다. 이 자치구에 사는 주민 ㄱ씨는 "수목이라고 해서 수요일과 목요일 이틀간 무슨 작업을 하나 했는데, 자세히 보니 실제 작업기간은 월·화요일이었다"며 "전지작업도 가지치기를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쉬운 우리말을 두고 왜 어려운 말을 쓰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회사원 ㄴ씨는 한 구청 민원실에 여권을 신청하러 갔다가 창구에 적혀있는 '여권접수'라는 팻말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담당공무원 시각에서는 접수가 맞지만, 민원인 시각에서는 '신청'이 맞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시대착오적인 행정용어는 이 뿐이 아니다. 대학교수 ㄷ씨는 정부기관으로부터 연구의뢰를 받으면서 '과업지시서'라는 서류를 받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대등한 당사자로 계약한 과업 내용인데 '지시' 받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가 이처럼 공급자 중심의 표현과 거의 쓰지 않는 행정용어를 국민 시각에서 쉽고 편리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이번에 개선할 행정용어는 우선 국민이 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주어를 이용자 시점으로 표현하고, 잘 쓰지 않는 한자 용어 등을 일상 표현으로 고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예를 들어 여권접수는 여권신청으로, 원서접수는 원서제출로, 수납창구는 납부창구로 고친다. 또 운영시간은 이용시간으로, 접견실도 상담실로 개선한다.

일상에서 자주 쓰는 표현으로 개선되는 용어도 있다. 소정의 양식은 정해진 서식, 상기 내용은 위 내용, 전지작업은 가지치기, 과업지시서는 과업내용서 등으로 바꾼다.

행안부는 우선 서울 강남구와 대구 달성군의 민원실과 누리집, 공문 등에 12월부터 단계적으로 시범 적용한 뒤 주민 의견수렴과 추가 개선사항을 발굴해 전국 지자체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서주현 행정및민원제도개선기획단장은 "모든 공공서비스는 이용자들에게 쉽고 편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국민 시각에서 개선할 과제를 발굴해 관계 기관과 함께 정부혁신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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