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억 세금계산서 미발급 업체대표 '벌금형'

2023-12-05 11:39:32 게재

법원 "계산서발급 책임은 주관회사, 개인사업자 아냐"

111억원 상당의 용역을 공급하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은 업체 대표가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8단독 이준구 판사는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와 법인 B사에 대해 2000만원과 5000만원의 벌금형을 각각 선고했다.

A씨는 점포 양수·양도의 중개업체 B사 대표다. A씨는 2015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중개용역을 제공하고 111억원 상당의 중개수수료를 받았다. 하지만 A씨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았다. 2021년 6월 검찰은 A씨와 함께 B사를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 중개사업 구조는 주관회사가 업무시스템을 완비해 놓고, 개인사업자(팀장)가 고객들에게 용역을 실행한 후 받은 사업대가를 팀장 67%, 회사 33% 비율로 분배한다. 그렇다보니 이 사건은 세금계산서 발급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가 쟁점이었다.

A씨는 재판에서 "용역을 제공한 주체는 팀장들이고, B사는 팀장들에게 업무 시스템을 제공했을 뿐"이라면서 "검찰이 세금계산서 미발급 상대방을 잘못 지정해 기소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어 "팀장들의 개인 계좌를 통해 산정된 B사의 매출누락에는 용역 수수료와 무관한 돈이 포함돼 있다"며 "세금계산서 미발급 금액이 정확하게 산정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업무시스템을 완비해 놓고 고객들에게 용역을 공급한 B사에 세금계산서 발급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B사가 고객들의 사업체 양도양수와 창업컨설팅을 의뢰받아 계약을 체결한 주관회사로 중개했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특히 B사가 양도양수업체 매출확인서를 작성하고, 용역비 지급확인서 및 권리금 규모에 따라 성과보수금을 받는 약정도 체결했다고 봤다. 반면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팀장들과는 업무시스템 제공계약서를 작성하고, 사무실과 각종 컨설팅 관련 업무 및 법률 시스템을 제공했다.

이 판사는 "이 사건 모든 계약은 B사 명의로 체결됐고, 팀장은 B사 소속 직원으로 영업활동을 했다"며 "용역을 고객들에게 공급한 자는 B사로써 그 수수료 매출액 역시 전부 B사에 귀속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A씨는 세금계산서 미발급 행위 자체는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부과된 부가가치세 전액을 납부한 점 등을 양형사유에 참작했다"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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