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신해양강국 비전' 보이지 않는 개각

2023-12-07 11:19:33 게재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새로운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지만 해양수산계의 반응은 기대반우려반이다. 대통령이 공약한 신해양강국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인호 신해양강국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갈수록 위상과 역할이 축소되고 있는 해양수산부가 신해양강국이라는 비전으로 전환기 대한민국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으려면 지금까지 해오던 업무를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며 "새 장관 후보자가 젊은 해양과학자라는 점은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하지만 존재감이 약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해양수산부는 1996년 김영삼정부에서 출범했다. 수산청, 해운항만청과 과학기술처, 농림수산부, 통상산업부, 건설교통부 등 13개 부·처·청에서 분산 수행하던 해양 관련 업무를 통합하며 '해양강국'의 비전을 내세웠다.

동구사회주의와 소련이 해체되고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등 미국 중심의 자유시장경제로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흐름에 맞춰 '바다로 세계로 미래로'라는 슬로건이 국정방향으로 각인됐다. 김영삼정부 핵심 정치인 중 한명이었던 신상우씨가 초대 장관을 맡아 해수부에 부여된 새로운 임무는 더욱 또렷하게 부각됐다.

김대중정부 출범 이후 흔들리던 해수부는 이명박정부에서 해체됐다. 해수부는 박근혜정부에서 부활했지만 세월호참사와 한진해운파산으로 흔들렸고, 문재인정부에서 해운재건사업을 주도했지만 기후위기대응이나 지정학적 변화에 따른 능동적인 역할을 찾지 못했다.

신해양강국은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민간에서 제기된 새로운 비전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이를 적극 수용하며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조승환 장관 시절 해수부는 무리수를 두지 않는 '몸조심 부처'였다. 신해양강국은커녕 25년 전 해양강국의 비전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들이 끊이지 않았다. 해양 관련 업무가 여전히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고 부처 공동과제를 추진할 때 해수부가 주도권을 행사하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에는 해양수산비서관도 없다. 해수부 무용론도 나오고 있다.

대륙국가 중국이 해양굴기에 나서 해양을 잇는 새로운 실크로드 일대일로를 추진하고 있고, 일본은 '인도·태평양'이라는 새로운 지정학적 개념을 세계에 전파하며 주도권을 행사하려 한다. 러시아는 해빙중인 북극해를 전략자산으로 키우는데 열심이고, 유럽의 대륙국가 프랑스도 2020년 해양부를 신설하고 해양정책과 전략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고 있다.

새 장관 후보자가 신해양강국에 대한 열망을 모아내 기후위기와 지정학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해수부 무용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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