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브릿지론 손실 확대 전망

2023-12-07 11:21:04 게재

증권·캐피탈·부동산신탁·저축은행 신용 위험 증가 … "금융업권 장기전 대비해야"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브릿지론 손실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현재 부동산PF 관련 잠재위험이 큰 업종의 경우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저하가 진행 중이다. 특히 증권·캐피탈·부동산신탁·저축은행 신용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PF여신 부실 가시화 =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본부장은 6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S&P글로벌과의 공동 간담회에서 "부동산PF 대상사업의 질적 수준이 저하되며 손실 발생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많은 부동산PF 사업장에서, 특히 브릿지론 손실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2년 이후 각국의 통화긴축 전환에 따른 금리상승이 본격화되며 성장이 위축된 국내 부동산 시장은 분양경기 저하와 신규 인허가 혹은 착공되는 PF사업장 규모 감소, 부실 우려로 금융기관의 부동산 익스포져 실행 기준 또한 보수화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 PF여신 및 부동산PF 유동화증권 발행은 기존 실행여신의 차환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전반적인 부동산 사업 관련 자금조달이 정체되고 있다. 부동산PF 성장성이 정체된 가운데 착공 전 PF유동화증권(브릿지론 기반 유동화) 비중은 2022년 말 44%로 상승 후, 부동산경기저하로 대상사업의 본PF 전환이 지연되며 여전히 높은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업권별 PF여신 연체율은 올해 6월말 금융업권 평균 부동산PF대출 연체율은 2.17%로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부동산투자가 이루어진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PF여신의 부실이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이혁준 본부장은 "금융기관 부동산 익스포져의 상당 부분이 형식적으로는 만기 연장되고 있으나, 실질 연체율은 현 지표 수준을 상회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부동산호황기에 매입해 높아져 있는 용지대 부담과 건자재 가격·노무비 급등에 따른 공사원가 상승, 부동산PF 투자보수화 및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 등으로 사업수지가 악화되어 PF사업의 회수가능성이 저하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브릿지론 중 30~50%는 최종 손실" = 이런 가운데 브릿지론은 손실이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브릿지론은 부동산 개발 사업 과정에서 토지 매입 등 초기 단계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는 것것을 말한다. 본 PF와 비교해 예상 수익은 많지만 그만큼 위험도 크다.

브릿지론의 만기연장은 기준금리 조기인하와 부동산시장 회복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기대는 무산됐고, 브릿지론 관련 토지의 경매 및 공매 확대로 방향전환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부동산가격은 충분히 거품이 빠지지 않아 추가 하방압력이 존재하는 반면, 분양원가 측면에서는 금융비용과 공사비용이 급증하면서 토지비용을 낮추지 않으면 사업성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중후순위, 비수도권, 비주거용 브릿지론비중이 높은 금융회사는 실적 악화 가능성이 높으며 신용등급도 하방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이 본부장은 "고금리가 장기화될 경우 브릿지론 중 30~50%는 최종 손실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풍선에서 서서히 바람을 빼듯 사업성이 낮은 브릿지론을 수년에 걸쳐 정리하는 작업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P글로벌 "빠른 금리 인하 기대 경고" =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S&P 글로벌 신용평가는 급격한 금리인하 기대감에 대해 너무 섣부르다고 경고했다.

루이 커쉬 S&P글로벌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각국 금융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빠른 속도로 낮출 것이라 기대하지만 실제 금리인하 시기는 내년 하반기부터 도래할 것"이라며 "연준이 금리를 빠른 속도로 낮출 것이라는 기대감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현 S&P글로벌 아태지역 금융기관 신용평가 담당 상무도 "내년에 금리가 가파르게 내려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이어 "한국 금융시스템에서 가장 큰 우려는 부동산 PF"라며 "비은행 금융업 중에서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큰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를 중심으로 신용등급 하향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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