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 없는 지역축제 지자체장이 관리 책임

2023-12-11 10:47:18 게재

119구급대원 업무범위도 넓어져

지자체 숙원 법안도 무더기 통과

국회가 8일 재난·안전과 관련한 의미 있는 법안들이 통과시켰다. 하나는 주최자 없는 지역축제에 대한 지자체장의 안전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법안이고, 다른 하나는 119구급대원들의 업무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이날 국회는 그동안 지자체들이 요구했던 지역 숙원 법안들도 무더기로 통과시켰다.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등에 따르면 국회는 8일 본회의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과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각각 의결했다.

재난안전법 개정안은 우선 핼러윈이나 성탄절 같은 주최자가 없는 지역축제에 대해서도 자치단체장에게 안전관리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다중의 참여가 예상되는 경우 개최자가 없거나 불분명한 경우에도 해당 자치단체장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개정안은 자치단체장이 경찰·소방 등 유관기관의 협조와 역할분담을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함께 담고 있다.

개정안은 또 자치단체장은 행안부 장관이 실시하는 재난·안전관리 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교육 주기 등 구체적인 내용은 대통령령으로 정해질 예정이다.

재난안전 분야 제도개선 추진 근거도 마련됐다. 이에 따라 행안부 장관은 재난 예방과 안전관리 확보를 위해 개선과제를 선정해 복지부·국토부 등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에게 이행을 요청할 수 있다.

이날 함께 국회를 통과한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119구급대원이 중증환자 약물투여 등 전문적인 응급처치를 가능하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119구급대원은 응급구조사 자격자와 간호사 면허 소지자로 구성되는데, 이들의 전문성에 비해 법적 업무범위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현장에서 꼭 필요한 응급처치를 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실제 119구급대원 1만4201명 가운데 응급구조사 자격자는 7920명(55.8%), 간호사 면허 소지자는 4361명(30.7%)이다.

구급대원의 응급처치 범위 확대는 지난 20대 국회에서부터 관련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돼 왔으나 관련 단체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쉽게 해법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국정과제로 채택되면서 논의가 활발해졌다.

개정 법률에 따르면 소방청장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해 구급대원의 응급처치 범위를 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소방청은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응급구조사 업무범위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통해, 간호사는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통해 각각 확대할 수 있다. 119를 통해 이송하는 중증환자는 연간 40만명에 달하며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국회는 이날 지역별 숙원 법안들도 무더기로 통과시켰다. 우선 충북도 등 내륙지역 지자체들이 요구해온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이날 국회를 통과했다. 수자원과 백두대간 보호를 위해 과도한 규제를 받고 있는 중부내륙 8개 시·도, 28개 시·군·구에 대한 체계적인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이 각각 발전종합계획과 보전·이용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과 국가의 지원근거를 담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도 개정됐다. 당초 28개에 불과했던 특별법 조문을 131개로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내년 1월에 출범하는 전북특별자치도에 걸맞은 특례가 필요하다는 전북의 요구가 법적근거로 확대·반영됐다는 뜻이다. 세종시에 주어졌던 재정특례를 3년 더 연장해주는 '세종특별자치시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도 개정됐다. 이로써 세종시는 내년부터 3년간 2500억원의 추가 재정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도 광주시 등에 요구해온 '미래자동차 부품산업의 전환촉진 및 생태계 육성에 관한 특별법', 경기도가 요구해온 '반지하 신축 금지법', 그리고 수도권 지자체들의 최대 민원인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1기 신도시 특별법)'도 이날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처럼 지역의 민원성 법안들이 한꺼번에 국회를 통과하면서 '선심성 법안 남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 표심을 위해 지역의 민원성 법안들을 '일단 통과'시키는 형국이다.

이두영 균형발전국민포럼 상임대표는 "꼭 필요한 법안도 있지만 여야 또는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내용도 많다"며 "이런 법안들이 총선을 앞두고 무더기 통과된 것은 표만 노린 선심성 법안처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신일 윤여운 이명환 방국진 곽태영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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