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밀레이호 출발부터 시끌

2023-12-11 10:54:28 게재

규정 고쳐 비서실장에 여동생 임명해 반발 … 우크라 젤렌스키와 첫 정상회담

교황을 악마로 칭하고, 전기톱을 들고 선거 퍼포먼스를 하는 등 돌출행동으로 주목받은 극우성향 하비에르 밀레이(53)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취임식을 갖고 4년 임기를 시작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연방의회에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임 대통령으로부터 어깨띠를 넘겨받은 뒤 취임선서를 하고 대통령직에 올랐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신임 대통령(왼쪽)이 10일(현지시간) 여동생 카리나 밀레이와 함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대통령궁에 도착하고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 행사 직후 카리나를 비서실장에 전격 임명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AP=연합뉴스


밀레이 대통령은 의회 앞 광장에서 취임연설을 통해 강력한 개혁을 통한 경제난 해결의지를 천명했다.

그는 "아르헨티나 국민은 되돌릴 수 없는 변화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며 "우리는 수십 년간의 실패와 내분, 무의미한 분쟁을 묻어버리고, 폐허처럼 변한 사랑하는 조국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보다 더 나쁜 유산을 받아 든 정부는 없다. 재정 및 수출 쌍둥이 흑자를 자랑하던 전 정부는 오늘날 우리에게 국내총생산(GDP) 17%에 달하는 쌍둥이 적자를 남겼다"면서 "아르헨티나는 현재 연간 1만5천%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을 겪을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초인플레이션의 재앙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할 것"이라면서 "GDP 5%에 달하는 공공 부문 재정 조정을 비롯해 강력한 경제난 극복 정책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1983년 군사정권 종식 이후 사실상 아르헨티나 정치사를 지배한 페론주의(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 이념) 집권 세력을 누르고 혜성처럼 등장한 밀레이 당선인은 '35년 뒤 미국에 버금가는 초강국 건설'의 씨앗을 심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국가 대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취임식 행사에 '정권 실세'로 꼽히는 대통령 여동생 카리나 밀레이와 1기 내각(수석 장관 및 9개 부처 장관) 및 참모진도 등장했다. 취임식 후 마요대로를 따라 카퍼레이드를 한 밀레이 대통령은 대통령궁(카사로사다)에 첫발을 들였고 그의 곁에 카리나가 함께 했다.

취임 행사 직후 밀레이 대통령은 정부 부처 장관을 비공개로 임명했고, 특히 여동생 카리나를 비서실장에 전격 임명했다.

현지 매체들은 "일정 공지 없이, 언론에 공개하지도 않은 채 장관 임명식을 진행한 건 전례 없는 일"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일간 클라린은 "배우자를 포함한 친족을 대통령실과 부처를 포함한 공직에 들일 수는 없다는 기존 규정을 대통령실에서 폐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지 언론조차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자유주의 경제학자 출신으로 극우성향으로 꼽히는 밀레이 대통령은 하원의원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지 2년여만에 대통령에 취임했다.

지난 8월 대통령선거 예비선거(PASO)에서 '깜짝 1위'로 돌풍을 일으킨 뒤 10월 본선에서 2위에 올랐고, 지난달 19일 결선투표에서 좌파 집권당의 세르히오 마사(52) 전 경제장관을 11.3% 포인트 차로 따돌리며 역전했다.

특히 그는 선거 과정에 '전기톱 퍼포먼스 유세' 등 돌출적인 언행으로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를 시도했으며, 중앙은행 폐쇄 및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달러화로 대체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과격한'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실제로 18개의 기존 정부 부처를 9개로 줄이는 안은 이미 시행했고, 주요 공기업 민영화는 곧바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첫 내각을 온건파로 꾸리며 중앙은행 폐쇄와 달러화 도입 등 주요 공약 이행의 속도 조절을 예고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또 취임식에 참석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하고, 연대와 지지 의사를 전했다.

정재철 기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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