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마비" … 휴전반대 미국 비판

2023-12-11 11:55:21 게재

유엔 총장 주도 '이·팔 휴전 결의안' 불발

"세계 기구들 80년 전 시간에 사로잡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이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결의안 채택이 불발된 데 대해 "안보리가 마비됐다"며 유감을 표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날 도하 포럼에서 "안보리가 지정학적 분열로 인해 마비됐다"며 "세계 기구들이 80년 전 현실을 반영하는 시간 왜곡에 사로잡혀 나약하고 구식이 됐다"고 비판했다.

8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 군인들이반나체 상태로 트럭에 실린 팔레스타인 남성들을 감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발언에서 미국을 특정하진 않았으나,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이 휴전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점을 염두에 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휴전을 촉구하는 안보리 결의안 상정이 미국의 반대로 교착 상태를 보이자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사무총장이 안보리 논의를 요청할 수 있는 '유엔 헌장 99조'까지 발동했다. 결의안 투표에선 13개 이사국이 찬성했으나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현 상황에서의 휴전은 하마스에만 이익이 될 것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해 채택이 무산됐다.

이번 도하 포럼에서는 미국의 거부권 행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무함마드 시타예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총리는 아랍에미리트(UAE)가 제안한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미국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과 이로 인한 주민 희생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자지구와 접경한 요르단의 아이만 사파디 외무장관도 미국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극도로 실망했다"며 "한 나라가 전 세계에 맞서고 있고 전 세계는 그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중재역을 맡은 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는 "휴전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스라엘군의 지속적인 폭격이 휴전 재개를 위한 기회의 창문을 좁히고 있고, 가자 전쟁으로 역내 국가의 모든 세대가 급진적으로 변할 위기에 있다고 개탄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10월 7일 전쟁 발발 이후 현재까지 가자지구에서 약 1만8000명이 숨지고 4만9500명이 다쳤다고 이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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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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