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의회, 새 총리에 투스크 지명

2023-12-12 10:45:37 게재

8년 만에 정권교체

방산 수출 '빨간불'

8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한 도날트 프란치셰크 투스크(66) 전 총리가 11일(현지시간) 폴란드 신임 총리로 확정됐다. 이날 오후 폴란드 하원에서 실시된 투스크 총리 후보에 대한 찬반 투표에서 찬성 248표, 반대 201표로 총리 지명이 확정됐다. 이는 현 집권당이자 민족주의 우파 성향 법과정의당(PiS) 소속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현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가 부결된 데 이은 후속 절차다. 투스크 신임 총리는 12일 새 내각을 발표한 뒤 하원 표결을 다시 한번 거칠 예정이다. 야권 연합이 하원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별 무리 없이 인준될 전망이다. 투스크 총리는 13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의 새 정부 출범 선언과 함께 공식 취임하고,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 참석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야권 연합 측은 지난 10월 총선 이후 회의를 거쳐 각료 분배 등 정부 구성 방안에 내부적으로 합의한 상태다. 투스크 총리는 PiS가 2015년 집권하기 직전인 2007∼2014년 총리를 역임했고 2014년부터 5년간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맡았다.

두 번째 총리 임기를 시작하게 된 투스크는 연설에서 "우리는 함께 모든 것을 바로 잡을 것이다. 내일부터는 모두가 예외 없이 집에 있는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겠다"라고 밝혀 전 정부와 다른 길을 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집권하자마자 전 정부 시절 추진된 각종 정책이나 핵심사업을 번복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이미 체결된 한-폴란드 간 방산 계약에 불똥이 튈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실제로 야권 연합의 일원인 '폴란드 2050' 소속 시몬 호워브니아 하원의장은 전날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PiS 임시 정부가 서명한 합의는 무효가 될 수도 있다"며 10월 15일 총선 이후 PiS는 예산을 쓰지 않고 국가 관리에만 권한을 제한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를 두고 한국의 방산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고 분석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지난달 11일 폴란드의 정권 교체 이슈에 자금 부족까지 겹치면서 무기 수출 계약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한 바 있다.

FT는 폴란드 현 집권당인 법과정의당(PiS)은 긴급 지출을 위한 특별 예산을 편성해 한국 무기 구입 자금을 조달했지만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한 야권연합은 이 특별 예산편성을 비판해 왔다고 보도했다.

폴란드2050의 미하우 코보스코 부대표는 "우리는 체결된 모든 계약을 그만두겠다고 발표하거나 카라칼 헬리콥터와 같은 분쟁을 반복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비밀에 부쳐진 구체적인 조건 등에 대해선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은 지난해 폴란드와 총 124억달러(약 16조2000억원) 상당의 무기 수출 1차 계약을 체결했고, 한 달 뒤 서명한 1차 이행계약에는 FA-50 경공격기,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 로켓, K-2 흑표전차 등 124억달러 규모의 무기를 공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 업체들은 1차 계약을 체결한 뒤 나머지 물량에 대해 올해 상반기까지 2차 계약을 맺어 속도감 있게 계약을 매듭짓는다는 계획이었지만 폴란드 정치 상황 변화에 국내 금융지원까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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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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