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만에 또 지하철 소화가스 누출사고

2023-12-18 11:19:29 게재

10월 신림역 이어 이번에는 복정역

가스 흡입 5명 부상 … 2명은 중상

"설치장소에 성분·행동요령 표시해야

지하철 위독가스 누출사고가 두달만에 다시 발생했다. 두달 전 신림역 사고 때는 할로겐화합물이 누출됐었는데, 이번 복정역 사고는 그보다 훨씬 더 위험한 이산화탄소가 누출됐다. 실제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가스소화설비 누출사고의 위험성이 다시 한번 확인된 만큼 근본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내일신문 11월 3일자 4면 참조>

소방청과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서울지하철 8호선 복정역(송파구 장지동)에서 이산화탄소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는 오전 9시 28분쯤 복정역 지하 1층 변전실 앞 전실 내부에서 차수벽을 설치하는 공사를 하던 중 가스소화시설 감지설비 배선이 파손되면서 소화용 이산화탄소가 분출돼 발생했다. 이산화탄소 누출로 역사 내에 있는 작업자 5명이 어지럼증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행히 승객 피해는 없었지만, 사고 장소가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역사인 탓에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번질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 사고로 복정역 양방향 열차가 오전 10시 28분까지 1시간 동안 무정차로 통과했고, 역사 내 승객 출입이 통제됐다.

소화가스 누출사고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올해 언론에 보도된 사고만 네번째다.

앞서 지난 10월 9일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에서 소화약제 중 하나인 할로겐화합물 소화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누출신고 직후 혹시 모를 질식 사고에 대비해 19분 동안 열차를 무정차 통과시켰다.

이번 복정역 사고처럼 이산화탄소가 누출된 사고도 두 번이나 있었다. 모두 광주에서 발생했는데, 올해 1월 13일 광산구 쌍암동의 한 오피스텔 주차타워에서, 6월 22일 서구 치평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각각 화재감지기 오작동으로 이산화탄소가 누출됐다.

이산화탄소는 가스소화약제 중 인체에 가장 위험한 물질로, 사람이 직접 가스에 노출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대전 서구 갈마동에서 화재감지기 오작동으로 발생한 누출사고 때 4명이 부상을 당했다. 지난해 10월 경남 창원시 디엘(DL)모터스 공장 사고 때는 가스를 흡입한 4명 중 1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산화탄소 소화가스 누출사고는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건이 발생해 14명이 숨지고 31명이 다쳤을 만큼 위험한 사고다.(고용노동부 조사, 2021년)

이산화탄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다는 할로겐화합물 가스도 경우에 따라 인체에 치명적인 위협을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할로겐화합물 계열 소화가스에 노출되는 시간이 5분 이상이거나, 가스에 열이 가해질 경우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지난 10월 신림역 사고나 이번 복정역 사고처럼 지하공간 다중이용시설이라면 상황은 더 위험할 수 있다.

이항준 소방기술사는 "다중밀집공간에서 오작동이나 실수, 사고 등으로 소화가스가 누출될 경우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근본적으로 가스소화설비에 대한 안전성 검증과 대체수단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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