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해진공, 하림과 HMM 계약조건 협상 돌입

2023-12-19 16:47:43 게재

영구채 전환은 예정대로 … 하림 "매도자 뜻 따를 수밖에"

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하림그룹의 HMM 경영권 협상이 본격 시작됐다. 정부와 산은 해진공은 하림그룹과 협상에서 양보할 수 없는 선이 있다며 보유하고 있는 영구채 전환 등은 예정대로 진행할 뜻을 밝혔다.

산은과 해진공은 18일 "HMM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팬오션·JKL 컨소시엄을 선정했다"며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쳐 2024년 상반기 중 거래를 종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팬오션은 하림그룹 소속 해운기업으로 하림이 팬오션을 인수할 때 재무적투자자(FI)였던 사모펀드 JKL과 컨소시엄을 맺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이날 "하림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고 협상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하림이 제안했던 사안에서 HMM자금유용 우려나 해운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사안, 건전경영을 방해하는 사안 등은 일체 받기 않기로 정부 내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주주간 계약서를 체결할 때 이런 정부 의견을 모두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림은 본입찰 과정에서 △산은과 해진공 보유 영구채 전환 3년 유예 △JKL에 대한 주주간 협약서(5년간 지분 매각 금지) 적용 예외 △산은 해진공의 사외이사 지명권 축소 등을 제안(마크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1조6800억원 규모 영구채 상환기간은 내년 5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순차적으로 돌아온다.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3억주 이상이 추가된다. 전체 지분에서 32.8% 비중이다. 낙찰자 지분은 전환 전 57.9%에서 38.9%로 조정된다.

산은 관계자도 "하림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해서 그쪽에서 제안한 것을 받아들였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라며 "앞으로 협상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해진공 관계자는 "국가전략산업인 해운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려는 것을 하림이 수용하지 못하면 협상이 안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하림은 논란이 됐던 마크업 조항을 철회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어 협상이 무산될 가능성은 줄어든 상황이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지난 11일 내일신문에 "협상이니까 매도자가 수용하지 않을 수도 있고, 결정은 매도자가 하는 것"이라며 "매도자가 수용하지 않겠다고 해도 그 뜻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정연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