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가자지구 결의안' 새국면

2023-12-20 10:37:10 게재

미국 거부권 우회 주력

찬성 또는 기권 가능성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가로막혔던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안보리 이사국들이 미국의 거부권 행사를 피하기 위해 문구를 수정하고 투표까지 연기했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 표결 예정이었다가 연기된 결의안은 당초 가자지구에서의 적대행위에 대해 '완전 종료'(cessation)라는 표현을 담았으나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 '일시중지'(suspension)로 대체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자극적 표현 역시 분쟁의 당사자로 순화한 것으로 AP통신, 가디언,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이 전했다. WP은 새로운 초안에는 '휴전'이라는 단어도 삭제한 대신 "안전하고 방해받지 않는 인도주의적 접근을 허용하고 지속 가능한 적대 행위 중단을 향한 긴급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적대 행위의 긴급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강한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안보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던 미국이 태도를 바꿀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의미다.

이렇게 될 경우 미국은 결의안 표결에서 거부권 행사를 의미하는 반대표를 던지지 않고, 찬성 또는 기권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약간의 기류변화도 감지된다. 미국은 새로운 결의안에 대해 "가자지구 주민들의 인도적 필요 해결을 지지하는 결의를 환영할 것이나 결의안의 구체적 내용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새로운 결의안에 대해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과 "건설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가자지구 주민들의 인도적 필요 해결을 지지하는 결의를 환영할 것이나 결의안의 구체적 내용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밀러 대변인은 "미국은 최선의 방향으로 결정을 할 것"이라며 결의안 찬반 여부는 "결의안의 최종안 내용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는 앞서 미국이 하마스에 대한 규탄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가자지구 휴전 결의안을 10월 18일과 12월 9일 두 차례 거부했던 것과는 상당한 온도차를 보이는 대목이다.

아울러 밀러 대변인은 만약 하마스가 인질 석방에 동의한다면 가자지구에서의 인도적 교전중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 협상 재개 방안을 모색한 미국·이스라엘의 정보수장, 카타르 총리의 회의가 긍정적이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은 "이들 3명이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다양한 제안을 탐색하고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과 빌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는 전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이스라엘 인질 석방을 위한 새로운 협상안을 논의했다. 이스라엘 측은 여성과 노인을 포함해 신체적·정신적으로 병든 인질 30∼40명의 인질 석방을 목표로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가자지구 휴전과 이스라엘 인질-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을 위한 회담을 위해 20일 이집트를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니예는 카이로에서 이집트 정보기관 수장인 압바스 카멜 국가정보국(GNI) 국장을 만나 인질 석방과 휴전 협상 재개 방안을 논의한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AFP통신이 전했다.

현재 가자지구에는 129명가량의 인질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스라엘군은 이들 중 20명 정도가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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