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린랩, 윈윈컨설팅 상대 소송 '패소'

2023-12-21 11:34:38 게재

법원, 자기거래금지 위반과 중재합의는 '별개'

크린랩이 윈윈컨설팅의 부당이득금을 돌려받게 해달라며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윈윈컨설팅은 2018년 8월부터 2022년 8월까지 크린랩의 대표이사였던 승문수씨가 대표자인 회사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2부(최욱진 부장판사)는 요시다케키슈(한국이름 전기수) 크린랩 대표가 승문수 윈윈컨설팅홍콩유한공사(윈윈컨설팅) 대표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고 21일 밝혔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본안 심리에 들어가지 않고 바로 소송을 종료하는 결정이다.

크린랩은 1983년 7월 합성수지 제품의 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된 대표적인 국내 식품포장용품 제조기업으로, 2022년 12월 기준 매출액 1800억원 규모이다. 크린랩(당시 대표 승문수)은 2020년 코로나19로 마스크확보가 비상일 때 독일 현지 회사와 중국 소재 업체에서 납품받는 마스크를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같은 시기 크린랩은 윈윈컨설팅이 중국업체에서 마스크를 납품받도록 중개했다는 명목으로 이익의 30%를 윈윈컨설팅에게 지급해 주기로 했다. 이 계약 당시 승 대표는 크린랩의 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았지만, 3차례에 걸쳐 합계 18억6600만원을 윈윈컨설팅에 송금했다.

이에 전 대표는 2023년 1월 상법상 '자기거래 금지의무'를 위반해 챙긴 부당이득금을 돌려달라며 승문수 윈윈컨설팅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상법 398조는 이사가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하기에 앞서 미리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전 대표는 소송에서 "윈윈컨설팅은 물적·인적 시설이 없는 종이회사(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한 회사인데도 이익의 30%에 해당하는 이례적으로 높은 거래수수료를 받아 크린랩에 상당한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계약은 법 위반으로 무효"라며 "윈윈컨설팅은 부당이득금 및 지연손해금을 크린랩에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승 대표는 이 사건 소는 중재합의에 반해 제기돼 부적법하다며 본안 전 항변을 제기했다. 이 사건 계약에 분쟁이 발생하면 홍콩국제중재센터에서 분쟁을 해결하기로 중재 합의했다는 이유이다.

법원은 '크린랩이 제기한 소송이 부적법하니 청구를 심리할 것도 없이 각하해 달라'는 승 대표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중재는 그 본질상 분쟁발생을 전제로 존재하는 것이므로 중재합의 자체는 유효하다는 이유이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에 상법상 이사의 자기거래 금지 규정에 위반되는 무효사유가 있더라도 중재합의 자체가 곧바로 무효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평가되더라도 그 사유가 중재합의에도 적용되려면 이사의 자기거래로 인해 중재조항도 무효가 된다고 볼 정도의 사정이 있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승문수나 피고에게 유리한 것이어서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로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의 중재조항 무효 주장은 이유없다"고 각하 사유를 설명했다. 공서양속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는 민법 용어이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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